[김작가의 뮤직@방송] 클래식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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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MBC 무비스 수·목 밤 12시 5분)는 클래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흔히 이런 드라마에는 전형적인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천재적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고 정상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는 그런 전형성을 보기좋게 깨부순다. 아니, 오히려 괴팍한 인물들만 잔뜩 나온다. 주인공 노다메는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은 있으나 뭔가 개념이 없고, 그의 연인 치아키는 천재에 외모까지 훤칠하지만 성격 파탄자다. 스승 미르히는 변태 에로 교수이며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를 연주하는 마스미는 치아키를 연모하는 게이다. 드라마는 이렇듯 어딘가 과장되거나 결여된 청춘들이 빚어내는 즐거운 오케스트라다. 캐릭터가 살아있다 못해 펄펄 뛰고, 그들이 부딪혀서 만들어내는 웃음은 한국 방영 이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많은 매니어를 형성했다.

 음대생들이 주인공인만큼 이 드라마에는 계속해서 클래식이 깔린다. 베토벤과 거슈윈, 모차르트와 라흐마니노프 등 살면서 익히 들어왔을 명곡들이 쉬지 않고 영상을 덮는다. 기존의 거장들이 연주한 음원이 아닌, 드라마를 위해 새롭게 녹음된 곡들이다. 따라서 정석적이기만 연주는 아니다.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같은 곡은 심지어 경박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기에 사용된 음악은 드라마를 본 사람들을 절로 클래식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갖는다. 음악의 질 그 자체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힘에 의해서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음악도들과 만화를 그대로 드라마에 옮긴듯한 연출이 클래식을 딱딱하고 고상하기만 한 음악에서 유쾌한 청춘의 배경음악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클래식계에는 스타가 없다. 예전보다 연주자의 질이 못해서일까. 그보다는 대중에게 다가오는 캐릭터가 없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연미복과 우아한 표정, 그 이상의 무엇을 지금의 클래식계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캐릭터는 인간이다. 인간미가 넘치는,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캐릭터가 탄생할 때 클래식도 대중에게 한 걸음 다가올 수 있으리라. 얼마전 ‘노다메 칸타빌레’ OST를 연주했던 콘서트가 매진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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