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반대" … 추기경 차에 계란 던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 노원구 태릉성당 내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9일 오전 계란을 던지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성당 봉헌미사에 참석하러 온 정진석 추기경의 차가 계란 세례를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학교에 인접한 성당에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추기경에게 계란을 던지는 사태로 번졌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성당 인근 주민 500여 명은 9일 오전 9시 태릉성당 내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태릉성당에서는 2004년 말 신축이 완료된 뒤 처음으로 봉헌미사가 열렸다. 이 미사에 정진석 추기경이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가 모여든 것이다. 경찰은 충돌을 우려해 전경 32개 중대를 파견, 시위대의 성당 접근을 막았다.

그러나 오전 9시40분쯤 정 추기경의 은회색 그랜저가 성당 정문으로 진입하자 주민들이 몰려들며 미리 준비한 계란 수십 개를 던졌다. 차량은 깨진 계란으로 얼룩졌으나 정 추기경은 경찰의 호위를 받아 무사히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시위대는 낮 12시30분쯤 미사가 끝나고 정 추기경과 500여 명의 신도가 성당을 나오자 "납골 성당 천주교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2년 전 성당 측이 3200기의 납골당을 성당 구내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노원구에 제출하자 "납골당이 들어서면 장례 행렬이 몰려 인근 학교의 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운동을 벌여 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사는 납골당과 관계없는 성당 봉헌미사였다"며 "종교 의식에 참석한 성직자와 교인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고 종교 의식을 방해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천인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