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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비서실>172.전두환대통령 大選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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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盧泰愚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은 뭐니뭐니 해도 단연 全斗煥대통령일 것이다.
全대통령은 자신의 친구인 盧泰愚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8년간쌓아온 절대권력을 유감없이 휘둘렀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힘,공권력의 총동원이었다.한마디로 5共말 청와대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선거전의 총사령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全대통령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지만 87년 대통령 선거에서 총구를 대신한 힘은 다름아닌 돈이었다.정치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고,그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돈이라는 적나라한 우리 정치현실에서 당선의 가장 확실한 수단은돈이었다.
그래서 全대통령은 후계자로 생각한 盧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먼저 필요한 돈을 만들어냈다.
그럼 全대통령은 어떻게,얼마나 많은 돈을 만들어 盧대표에게 주었는가.
먼저 全대통령은 돈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부터 살펴보자.
당초 全대통령은『나는 나갈 사람이니까 정치자금도 내손으로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비쳤다.그러나 대신 돈을 모아야할 盧후보쪽에서 막상 모금에 나서도 돈이 잘 걷히지 않았다.
눈치때문이었다.음지에서 은밀하게 힘의 향배를 보고 움 직이는금맥이 하루아침에 방향을 바꿀수 없었다.全대통령의 위세가 등등해 盧泰愚대통령시대가 되더라도「上王」으로서의 건재가 예상되었기때문이기도 했다.항상 全대통령으로부터 돈을 타서 써온 그간의 관행도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安賢泰경호실장이 나서『마지막으로 손에 물을 묻히실 수밖에 없다』며 全대통령을 설득했다.
자금 마련의 효율성을 위해 모금창구는 全대통령으로 단일화됐다.창구직원역을 맡은 사람은 全.盧 모두의 오랜 친구이자 금융계의 황제로 통하던 李源祚씨와 安경호실장으로 알려졌다.
경호실장이 돈을 만지는 모금창구가 됐다는 사실은 음미해볼만한대목이다.이는 경호실장이라는 자리가 단순히 대통령의 안위를 책임지는 경호임무만이 아니라 정권보위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권한외의 권력」까지 행사했던 비정상적인 관행을 말해 준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 Q씨는 이에대해『軍출신 대통령시대의 잘못된 관행중 하나가 청와대경호실장의 지나친 권력행사라 할수 있습니다.군출신 대통령에 군출신 경호실장이다 보니 민간인출신 비서실장보다 오히려 경호실장이 대통령의 밀명을 더 자 주 수행하게되는데,그중 가장 중요한 밀명이 군에 대한 관리와 정치자금의 관리죠.특히 정치자금의 관리와 관련해 경호실장이 막강한 것은 주요 관급공사등의 이권을 총괄했다는 점입니다.보통 10억원대 이상의 공사면 거의 대부분 경호실에서 업체선정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데,이는 대부분 정치자금과 관계되기도 하죠.그래서 무슨 정치자금관련 사건이 터지면 대개 경호실장의 이름이 들먹거리는 겁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이 증언하는 모금방식은 대략 세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대기업 오너회장의 독대 헌금방식.
李씨의 알선등으로 安경호실장이 全대통령과의 독대시간을 만들어오너회장이 全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가장 묵직한 봉투가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금맥인만큼 보다 상세히 살펴보자.우선 여기서의 헌금단위는 지난 9 2년 국민당을 창당하면서 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이 밝힌「보통 30억원」으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한 기업인출신 정치인 A씨는 헌금단위에 대해『기업의 크기에 따라,오너의 개성이나 정권과의 親疎관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0억~50억원대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여기서「추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거래의 철저한 기밀성 때문이 다.그는 이에대해 『청와대에 갖다주는 정치자금은 반드시 오너회장이 가져갑니다.철저한 비밀이 보장돼야하는 큰 거래이기에 야도리(고용)사장은 아무리 신임이 높아도 이 부분에서는 철저히 소외되죠.야도리사장은 언젠가 회사를 나가게 되기에 비밀이 누설될 수 있지만오너는 회사가 살아있는한 절대 입을 열지않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A씨는「선거특수기」의 특수상황에 대해 별도로 설명을 덧붙였다.『대기업이 몇십억원씩 내는 돈은 일상적인 회비조에 불과한 거예요.그걸로 선거치르기에는 足脫不及입니다.그래서 큰 거래는 선거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요.다시말해 이때 거액의 정치자금과 이권이 교환된다는 얘기입니다.全대통령도 처음에는 정치자금을 거의 받지 않았어요.오히려 기업들이 불안해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그러나 그도 2.12총선때부터 힘으로도 어쩔수 없는 부분을 돈으로 보완하기 위해 기업들을 은근히 누르기 시작했죠.
87년 大選을 앞두고는 이것이 극에 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예 한건주의로 나오기도 했으니까요.노골적으로 말해 대기업에 특혜을 나눠주고 목돈을 챙기는 방식까지 동원됐다니까요.기업들로서는 좋은 기회죠.그래서 정경유착이라고 하지 않습니까.서로 좋으니까 유착이 되는 겁니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
『일례로 某그룹의 경우 당시 군수산업의 일부를 맡기로 계약했는데 계약 다음날로 발주가 떨어지고 바로 그 며칠뒤 천억원대의선수금이 넘어갔어요.아무리 계약했다 하더라도 발주하고 선수금 넘어가기까지 적어도 한달은 족히 걸리는게 관행인 데,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 뭘 말하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만 하잖아요.업계에서는 소문이 파다했죠.
이런 식으로 하자면 1천억~2천억원 거두기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3가지 경로 활용 두번째는 대통령을 독대할 정도가안되는 규모의 각 기업 오너들이 비자금으로 내놓는 돈이다.대통령을 대신한 창구직원이 받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고,미리 사용처를 지정해 직접 전달하게 하고 대통령에게 보고만 하는 방식도 있었다고 한다.
세번째는 李源祚씨의 재능이 돋보이는 경제단체별 모금방식.전경련등 각종 경제단체들끼리 할당해 헌금을 하기도 하고 보험업협회등 각종 업계의 이익단체별로 모금하기도 하는등 종횡으로 촘촘한그물코로 돈을 건져내는 투망식 모금이다.주로 李 씨를 통해 全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이상 세가지 통로를 통한 물샐틈 없는 모금이 동시다발로 이뤄지기에「선거망국론」이라는 주장이 우리 현실에서 설득력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게 해 얼마나 거두었는가.앞서 A씨의 증언처럼「추정」만이가능하다.일단 모금당사자인 全대통령측에서 주장하는 액수는 2천억원 정도다.
***26면에 계속 ***25面에서 계속 유일하게 전모를 알고 있는 全대통령 본인이 정치자금의 일부나마 금액에 대해 언급한 것은 14대 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이던 92년11월 미국에서 일시 귀국했던 故 丁一權前국회의장(당시 민자당 상임고문)이 연희동자택을 찾았을 때다.
全대통령은 大選과정에서 민자당 金泳三후보가 한때 사조직 가동비가 떨어지는등 선거자금문제로 고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마디 했다.
『제가 87년 대선때 盧泰愚에게 1천3백억원을 주었어요.YS를 만나시거든 盧泰愚가 재임중 5천억원정도 만들어 놓았을테니 절반인 2천5백억원만 내놓으라고 말하라고 하세요』라고 말했다고한다. 그러면 全대통령이 말한 1천3백억원이란 어떤 돈인가.
***뭉칫돈은 직접전달 당시 한 관계자 B씨의 주장에 따르면이는 全대통령이 직접 盧후보에게 건네준 비자금액수다.
B씨는『全대통령은 모금한 돈중 당에서 필요한 돈은 李春九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에게 직접 건네주었고,盧후보에게는 이와 별도로뭉칫돈을 주었다.全대통령의 돈 푸는 스타일로 봐서 그가 말한 1천3백억원은 직접 盧후보에게 전달한 액수만을 말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全대통령은 한번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거금을 어떻게 전달했는가.全대통령은 돈만큼은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철저히 지켰다고 한다.
일례로 全대통령은 盧후보가 호남지역 유세에서 돌멩이 세례를 받고 돌아온 87년11월30일 밤등 세차례에 걸쳐 盧후보의 연희동 자택을 찾았다.
그가 후보의 집으로 微行(임금이 궁궐밖으로 몰래 행차하는 것)한 것은 盧후보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격려 방법에는『고생많았다』는 말도 있었지만 거액의 선거자금 지원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한 관계자 C씨는『자리를 파할 무렵 全대통령은 주위를물리친뒤「윗사람이 돈을 풀어야 아랫사람들이 움직이는 법」이라며거액을 건넸다고 들었어요』라고 증언했다.바로 이같이 직접 전달한 돈이 1천3백억원이라는 것이다.물론 이 돈은 당으로도 흘러갔고,사조직으로도 뿌려졌다.
C씨는 또 정치자금과 관련,『全대통령은 선거자금뿐 아니라 퇴임하면서 통치자금까지 별도로 인수인계했다』고 말했다.全대통령이88년2월25일 盧泰愚대통령 취임식 직전 청와대에서 인수인계하는 자리에서 5백50억원을「다음 총선에 보태 쓰 라」며 주었다는 것이다.
C씨는 이어『당시 전달한 5백50억원은 全대통령이 자신의 임기중 치러질줄 알았던 총선에 대비해 마련해둔 정치자금 1천억원의 일부라는 얘기가 있었어요.이 소문은 88년 총선과정에서 全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일부 국회의원 후보를 불러 별도의 선거자금을 지원해준 사실과 일치하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액수는 모금한 돈의 일부에 불과하다.당에 직접 전달한 돈을 더해야한다.
당시 당의 한 관계자 D씨의 증언.
『全대통령은 민정당의 역할을 강조했어요.그래서 盧후보에게 직접 준 돈을 盧후보가 사조직에 너무 많이 쓴다고 혼내기도 했죠.사조직이란 특별한 목적을 위해 특정 행사나 특정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이기에 공조직보다 단가는 비싸게 먹히지만 총액은 공조직보다 적게 들어간다고 봐야해요.』 ***선거 치르기 “넉넉”쉽게말해 당에서 사용한 정치자금이 全대통령이 盧후보에게 직접 준 돈보다 적지않다는 얘기다.
D씨는 지난 87년 대선과정에서 사용한 盧泰愚후보진영의 정치자금액수를 약 3천억원으로 추산했다.그러나 D씨도『그게 전부는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상의 증언을 종합해 역산해보면 선거비용은 全대통령이 직접 盧후보에게 준 돈 1천3백억원과 당으로 지급한 돈등 대략 3천억원이다.여기에다 나중에 건넨 통치비용 5백50억원까지 합치면全대통령이 재임중 내놓은 돈은 약 3천5백50억 원이다.
全대통령이 퇴임후 직접 사용한 총선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총액은약4천억원이라 할수 있다.
이밖에도 全대통령이 공무원조직을 총동원하는 과정에서 뿌려진 동원비용,각부처 예산속에 숨어있는 선거용 선심예산,안기부예산에서 전용된 선거비용,그리고 일반 사기업체에서「협조요청」이라는 외압에 반강제로 쓰여진 간접선거비용등도 광의의 선 거비용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판 외의 선거비용까지 계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법선거가 관행화돼있던 선거판에서 이같이 물쓰듯 뿌려진정치자금은 적어도 정치권력 내부에서는 문제가 안된다.오히려 全.盧라는 정권 인수인계자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볼때 문제는「사용되지않은 정치자금」,즉 全대통령의 주머니에 남은 돈 이었다.
정확한 모금액수는 이 돈까지 포함해야할 것이다.
***人力동원에도 총력 돈이란 妖物은 모금한 사람과 사용한 사람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두사람을 이간했다.모금한 全대통령측은『돈을 다 썼다』고 주장했고 돈을 사용한 盧당선자측은『따로 챙겼다』는 의심을 품게 마련이다.
이부분은 6共 출범후 5共 청산과정에서 全대통령이 1백39억원을 내놓고 백담사로 떠나는 상황과 연결된다.
어쨌든 盧泰愚대통령만들기 작전의 汎여권 총동원사령관인 全대통령이 만든 돈은 선거를 치르기에도 넉넉했다고 한다.그러나 총사령관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양金씨보다는 분명히 믿을만한 친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돈뿐 아니라 직접 인력동원에도 권력을 총동원했다.
〈吳炳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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