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합」설 왜 나오나/포용정치 섞어 개혁약효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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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엄벌로 정·관가 활성화 기대 한계/잇단 정책혼선·돌출현안 풀 「해법」 제시
최근 여권주변에 「개혁속의 포용」 「대화합」이란 애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북한 핵정책·사전선거운동 시비·상무대 의혹·조계사 사태에서 영산강 식수파동까지 현안속에 드러난 혼선과 정체의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포용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속에는 지난 대통령선거의 후유증에 갇혀있는 박태준 전 포철회장·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정치적 해금문제도 포함돼 있다.
물론 이런 기류가 개혁정권의 중심 흐름으로 잡혀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통령은 19일에도 『내 임기동안 중단없이 개혁을 확대·심화시키는 것이바로 4·19정신의 올바른 계승이라고 생각한다』고 개혁확산을 강조했다.
그러나 임기말까지의 변함없는 개혁을 전제로 개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방법론적 포용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속에는 청와대·행정부·민자당·국영기업체 등 범여권에 포진해있는 「김 대통령 사람들」이 눈에띄며 일부 개혁실세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 일부가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략적 화합조치를 김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주변에서는 대체로 김 대통령의 일·중 방문 전후에 터진 돌발 사안으로 국정분위기가 흐트러졌고 정체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데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공무원사회의 복지부동이나 정치권의 냉소주의를 씻기위해서는 장악력과 엄벌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하는 기미도 보인다.
당장 조계종 원로회의가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법난」이라고 규정하고 대통령의 공식사과와 최형우 내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고민거리일 수 밖에 없다.
조계종의 법난규정은 5공 정권때인 80년 10월 법난이래 14년만에 처음있는 일로 정부로서는 불교계를 달래야 하는게 발등의 불인 셈이다.
김 대통령 측근인 민자당의 한 의원은 『올들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전념하기 위해 사실상 정치까지 중단했는데 예상못한 사안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국가역량의 집결을 위해서는 전략적 화합카드가 모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하는 일부 대통령측근 출신들은 공통적으로 개혁의 고삐가 늦춰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여권의 건의에 김 대통령이 어떤 화합조치를 내놓을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다만 3당 합당때 떠난 김광일씨를 정부 고충처리위원장에 앉힌 것을 놓고 「한번 곁을 떠난 사람은 다시 쓰지 않는다」는 김 대통령의 인사운영 스타일의 변화와 연결지어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다.
화합의 핵심은 일본에서 유랑중인 박태준씨와 칩거중인 정주영씨에 대한 관용조치 여부다.
사법적 조치와 상관없이 정치적 결단으로 이들을 동참시켜주는 문제다.
노모의 건강이 악화된 박씨는 여러 경로로 귀국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한다. 뇌물수수혐의로 기소중지중인 그는 법대로라면 귀국과 함께 사법처리를 받아야 한다.
김 대통령은 몇몇 인사들로부터 박씨 선처를 건의받았으나 그때마다 월간지 인터뷰에서 박씨가 현 정부를 비판한데 대한 불쾌한 심사를 표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향후 그에 대한 조치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비자금 사용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씨는 아직 재판결과가 남아있다. 현대그룹 일부 회사들에 대한 주식장외등록·해외증권발행 불승인조치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 석가탄신일(5월18일)을 맞아 김 대통령이 불교계를 달래는 조치를 포함해 과거와의 대화합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김 대통령이 개혁의 대세속에 어떤 식의 화합책을 선택할지 주목된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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