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걸림돌 일단 치운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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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오후 정몽구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내용이 알려지자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그룹 본사 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현대차로서는 10년 만에 노조와 파업 없이 임단협을 체결해 고무된 상황에서 전해진 낭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정몽구 회장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영 시스템을 바꾸고 협력 업체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등 그룹 이미지를 싹 바꾸라는 여론의 주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동차 업계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대차 그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조도 생산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전략, 가속페달 밟는다=현대차는 올 들어 노사 문제, 정 회장 재판, 환율 하락 등 '3각 파고'에 시달렸다. 현대차 노사는 4일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일부에서는 선고 전 타결에 급급하다 보니 경영권에 관한 사안까지 양보해 두고 두고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수천억원에 이를 지도 모를 손실을 막은 셈이다. 또 올해 2분기에 3년 만에 최대의 분기별 영업실적을 기록하는 등 환율 충격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 회장이 실형을 면한 것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세 가지 걸림돌'을 일단 치운 셈이다.

현대차 그룹은 2009년까지 해외에서 총 483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을 세우고 중국.미국.체코.인도 등에서 공장을 신.증설하고 있다. 2010년에 '글로벌 빅5' 자동차 회사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당장 세계 최대의 신규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중국에서 판매 목표를 16%나 낮춰 조정했다. 또 아반떼.쏘나타 등 주력 차종의 가격을 내리기까지 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정 회장이 직접 나서 브랜드 이미지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회장은 연말로 예정된 중국 기아차 2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시스템 경영 구축한다=현대차 그룹의 의사결정 구조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현대차 그룹은 각종 국내외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정 회장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정 회장은 그룹의 주요 현안에 대해 박정인.김동진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 등 5인의 주요 경영진이 위원회를 만들어 의견을 모으고, 이를 정 회장에게 보고하는 '시스템 경영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정 회장은 2012년 여수 엑스포 유치 지원 등 대외 활동의 폭도 넓힐 전망이다. 정 회장은 11일 여수를 찾아 '명예시민증'을 받는다. 세계박람회 명예유치위원장 자격으로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과 여수에서 열리는 '여수박람회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1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에도 초대받았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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