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정몽구 회장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영 시스템을 바꾸고 협력 업체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등 그룹 이미지를 싹 바꾸라는 여론의 주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동차 업계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대차 그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조도 생산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전략, 가속페달 밟는다=현대차는 올 들어 노사 문제, 정 회장 재판, 환율 하락 등 '3각 파고'에 시달렸다. 현대차 노사는 4일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일부에서는 선고 전 타결에 급급하다 보니 경영권에 관한 사안까지 양보해 두고 두고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수천억원에 이를 지도 모를 손실을 막은 셈이다. 또 올해 2분기에 3년 만에 최대의 분기별 영업실적을 기록하는 등 환율 충격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 회장이 실형을 면한 것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세 가지 걸림돌'을 일단 치운 셈이다.
현대차 그룹은 2009년까지 해외에서 총 483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을 세우고 중국.미국.체코.인도 등에서 공장을 신.증설하고 있다. 2010년에 '글로벌 빅5' 자동차 회사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당장 세계 최대의 신규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중국에서 판매 목표를 16%나 낮춰 조정했다. 또 아반떼.쏘나타 등 주력 차종의 가격을 내리기까지 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정 회장이 직접 나서 브랜드 이미지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회장은 연말로 예정된 중국 기아차 2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정 회장은 그룹의 주요 현안에 대해 박정인.김동진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 등 5인의 주요 경영진이 위원회를 만들어 의견을 모으고, 이를 정 회장에게 보고하는 '시스템 경영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정 회장은 2012년 여수 엑스포 유치 지원 등 대외 활동의 폭도 넓힐 전망이다. 정 회장은 11일 여수를 찾아 '명예시민증'을 받는다. 세계박람회 명예유치위원장 자격으로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과 여수에서 열리는 '여수박람회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1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에도 초대받았다.
문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