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다음날 독수리 더 높이 날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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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비가 오는 것이 반갑다. '비=승전보'이기 때문이다. 비로 취소된 다음날 17경기에서 13승을 거둬 승률이 76%가 넘는다. 4경기 중 3경기는 이긴다는 뜻이다.

4위 한화는 최근 4강 지키기에 총력전을 벌인 5위 LG와의 잠실 경기에서 비의 행운을 톡톡히 맛봤다. 지난달 29, 30일 대전 삼성전이 거푸 비로 취소된 뒤 지난달 31일 LG전서 5-2로 이겼다. 다음날인 1일 비가 와 하루를 쉰 뒤 2일 7-2로 또 승리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비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연승을 달리는 팀이라면 상승세의 흐름이 끊길 수 있는 데다 경기 일정이 늘어져 싫어한다.

그러나 한화는 정반대다. 노장 선수가 많아 비가 오면 충분히 쉴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2일 LG전에 등판한 투수 정민철(35)-송진우(41)-문동환(35)-구대성(38)의 나이를 모두 더하면 149세였다. 무릎이 아픈 구대성은 최근 컨디션이 70%밖에 안 된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린 비는 그에게 '단비'나 다름없다. 비가 와도 경험 많은 베테랑이 많아 컨디션 유지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 LG전을 앞뒤로 하루 걸러 경기하고도 4연승을 기록했다.

특히 한화 김인식 감독은 비와 궁합이 좋다. 2001년 두산 감독 시절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전력상 열세를 뒤집고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비의 은덕이었다. 김 감독은 "당시 대구 원정 2차전이 갑작스러운 비로 취소된 것이 반전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편 5일 사직 경기에서는 현대가 롯데에 9-3으로 이겼다. 한화-KIA(대전)전과 LG-SK(잠실)전은 비로 취소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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