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LG, 현대에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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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타자 몸쪽으로 정확하고 과감히 공을 꽂을 수 있는 능력은 투수로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위력적인 몸쪽 공은 타자에게는 공포다. 그러나 투수에게 두둑한 배짱이 없다면 타자의 몸쪽으로 공을 붙일 수 없다. 타자도 투수의 공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투수도 타자를 맞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잊어야 한다.

프로야구 KIA 에이스 윤석민은 4일 잠실 두산전에서 몸쪽 승부에 실패해 시즌 최다패(16패)의 불명예 행진을 이어갔다.

선발로 나선 윤석민은 1회 11명의 타자를 맞아 5점을 내줬다. 톱 타자 이종욱에게 던진 몸쪽 직구, 2번 김현수에게 던진 몸쪽 높은 컷 패스트 볼이 모두 치기 좋은 한가운데로 몰렸다. 연속 안타를 맞고 제구력이 흔들린 윤석민은 클린업 트리오인 고영민-김동주-최준석에게 모두 가운데로 던져 5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고집스럽게 몸쪽 승부를 걸었으나 이번에는 홍성흔-채상병을 맞히고 말았다. 2회부터 안정을 찾기 시작했지만 타선이 추격하기엔 너무 많은 점수를 준 뒤였다.

두산은 6-3으로 앞선 6회 1사 만루에서 정원석의 평범한 우전 안타를 KIA 우익수 이종범이 어설픈 수비로 뒤로 흘리는 틈을 타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은 10-3으로 승리해 3위 삼성과의 격차를 1.5게임으로 벌렸다. KIA 장성호는 2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쳐 양준혁-마해영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10년 연속 100안타를 기록했다. KIA가 이날 두산에 무기력하게 패하자 50여 명의 KIA팬은 경기가 끝난 뒤 1시간 동안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서정환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현대는 수원 LG전에서 7-7 동점이던 9회 말 1사 만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송지만의 끝내기 안타로 8-7로 이겼다. 갈길 바쁜 LG는 최근 3연패에 빠지며 4위 한화에 3게임 차로 뒤지게 됐다. LG는 4-7로 뒤지던 8회 손인호의 솔로 홈런에 이어 박용택의 적시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3점을 만회하며 7-7 동점을 만들었으나 역전에는 실패했다. 대전 한화-삼성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김종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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