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자원 집념' 후진타오 '자원 집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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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확보를 위한 후진타오(胡錦濤.사진) 중국 국가주석의 집념이 매우 강하다. 그는 3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서(西)호주 주도인 퍼스로 이동했다. APEC 회원국 정상 대부분은 회담이 열리는 시드니에 머물게 된다. 다른 정상들과는 달리 후 주석이 퍼스를 찾은 이유는 이곳이 아태 지역 최대의 자원 거래 도시이기 때문이다. 호주 자원 대부분은 서부 지역에서 개발돼 퍼스와 인근 항구를 통해 세계로 수출된다. 지난해 4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이곳을 방문해 우라늄 장기 도입 계약을 협의했다.

후 주석은 공항에 영접나온 앨런 카펜터 서호주 주지사와 반갑게 인사하고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중국과 호주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올해로 35년이며 양국 우호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게 바로 서호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지사 관저로 이동해 상호 협력을 위한 회담을 했다. 이 회담에서 서호주 측은 앞으로 자원 공급을 할 때 중국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고 약속했다.

후 주석은 3일 저녁에는 서호주 자원개발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국 자원개발 회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에 안정적인 자원을 공급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호주 관리들이 밝혔다.

4일 오전 후 주석은 퍼스시 인근에 있는 호주에너지자원연구소(ARRC)를 방문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과 양제츠(楊潔) 외교부장이 그를 수행했다. 이곳에서 그는 연구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와 미래 에너지 개발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술진과의 협력 강화를 요청했다. 이어 그는 연구소에 마련된 특별 브리핑 룸으로 가서 세계 최대 자원개발회사인 BHP 빌턴사로부터 자원개발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회사는 2004년 중국 정부와 앞으로 25년간 중국에 90억 달러 상당의 철광석을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후 주석은 브리핑이 끝난 뒤 회사 경영진에게 앞으로 중국 기업들이 호주 서부 자원개발에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AFP통신은 4일 최근 호주가 미국.일본과의 3각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 주석은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호주에서 자원 확보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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