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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매매 사이트, 허위 매물로 소비자 우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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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버지가 쓰시던 자동차가 구입한 지 10년이 넘어 교체할 차량을 알아보고자 인터넷 중고차매매사이트를 검색하게 됐다. 꽤 유명한 사이트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미에 맞는 매물을 발견했다. 전화를 해보니 마침 서울과 인천에 매물이 있다고 했다. 직장을 다니는 내가 갈 수 없어 부득이 아버지께서 직접 매장을 찾아가게 됐다.

가기 전에 딜러와 통화를 하면서 분명히 매물이 강남자동차매매단지에 있으니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출발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자 딜러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이리저리 알아보더니 구매하고자 했던 자동차는 등록된 소유자와 실제 소유자가 다른, 이른바 ‘대포차’며 실제로 차도 없다고 하면서 다른 좋은 차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딜러가 권하는 차와 애초 사려고 했던 차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발걸음을 돌리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다른 매물을 보러 인천 제물포단지에도 들르셨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저렴하고 좋은 조건의 차량을 갖고 있다는 딜러들에게 전화를 해 자세히 문의하자 다들 “그 차는 팔렸다”고 대답했다. 이틀 동안 20군데를 넘게 전화를 해보았는데 결과는 똑같았다.

중고차매매사이트가 우후죽순 격으로 여기저기 생기면서 일단 저렴한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고객을 유인한 뒤 전화가 오면 “팔렸다”며 다른 차를 소개하는 딜러가 늘고 있다.

중고차 구매자들의 시간적·금전적 피해가 더 늘기 전에 관계당국은 이런 허위매물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배일하 ihbae@snr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