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지하철>졸음과 싸우며 운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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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인원.장비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기능도 떨어져「피돌기」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다.
「새벽 출근 오후 퇴근,아침 출근 저녁 퇴근,저녁 출근 아침퇴근」 철도청 안산선 전동차 기관사인 尹成永씨(39)의 근무시간표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렇게 돌아간다.
정해놓고 하루를 쉬는 휴일은 없다.낮시간 근무면 밤에 자고 밤시간 근무면 낮에 자는게 휴식이고 휴일이다.
벌써 10년째 전동차를 운전하고 있지만 신체리듬은 어쩔 수 없는지 아직도 운전중엔 졸음과 싸운다.월급은 각종 수당을 포함해 1백만원정도.
일본 신칸센 기관사가 월 6일 유급휴가를 갖는 것과는 근무조건이 비교가 안된다.
철도청 산하 전동차 기관사는 3백70명이지만 경력 3년 이상으로 독자 운전이 가능한 사람중 실제 가동인원은 2백명에 불과하다.2백명이 하루 61편의 전동차를 3교대로 운행해야 하니 휴일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철도청보다 보수가 조금 나은 서울지하철공사는 기관사보다 전동차의 검사.수리요원이 턱없이 모자란다.전동차 검수직 1천9백여명중 절반이 경력 2년이하의 신출내기로 독자적인 검사를 할 능력이 없어 견습에 가깝다.여기에 업무는 과중하니 졸속검사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2개월마다 차량 부품을 전부 뜯어 1백20여가지 기능의 정상여부를 가리는 월상검사는 사흘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하루만에 끝내고 있다.
승무.운전.신호교통.전산.토목등 다른 직종도 사정은 마찬가지고 인력의 교육이 허술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현재 공사내 1만여 직원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군자차량기지내의 공사교육원 한곳뿐으로 25명의 강사가 연평균 3천명에게정신.기술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강사직 기피가 심해 4년정도면 대부분 다른 곳으로 전보되기 때문에 연구를 통 한 신기술 교육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초보자 검수교육은 기본 이론강의만 10주가 필요하지만 당장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6주만에 교육을 끝내고 내보낸다.
운행 안전과 직결된 선로의 검사및 보수장비의 무분별한 도입도문제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지난해 침목 밑에서 빠져나온 자갈을 다시 밀어넣는 장비(타이탬퍼)를 대당 6천만원씩 프랑스제 4대와 국산 4대등 모두 8대를 사들였지만 현재 절반이상을 못쓰고있다.자갈을 침목밑에 꼭 끼도록 압착시키지 못하고 그냥 빈공간에 밀어넣기만 하기 때문에 전동차가 며칠만 다니면 자갈이 밀려나오기 때문이다.
외제장비는 값은 비싼 반면 고장나도 애프터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말썽이다.
지하철공사가 지난해9월 12억원을 들여 스위스 스패너사에서 도입한 레일 탐사차가 그렇다.
초음파로 레일의 균열여부를 검사하는 이 최첨단 차량은 12월고장난후 4개월째 서있다.
그러나 지하철공사의 관련 간부는 이들 두 종류의 장비가『아무문제없이 정상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해 문제를 감추기에 급급하고있었다. 〈趙顯旭.崔熒奎기자〉 ………………………… ◇도움말 주신 분▲金明模교수(서울대 토목공학과)▲元濟戊 시정개발연구원 도시교통연구부장▲徐琁德 교통개발연구원 철도연구실장▲盧椿熙교수(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朴桂秉 서울지하철건설본부 설계감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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