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면 죽는다 연수전쟁 방불-불붙은 사원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 ○…… ○…… ○…… ○…… 요즘 기업을 들여다보면 마치「교육전쟁」중이라는 인상이다.최고경영자 과정(CEO),지역전문가 제도,종업원 학점 이수제도,테크너MBA(경영학 석사)….새로운 연수제도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기업 경영혁신은 사원 재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 다.최근 민간기업 연수원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공무원들의 교육소감도『연수라면 으레 휴식이 반이라고 생각했더니…』『내용도 내용이지만 오전5시20분부터 오후10시까지 빽빽한 스케줄이라니…』라는 반응이었다.무한경쟁 시대를 맞아기업들이 생 존전략 차원에서 사원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 ……○ ……○ ……○ ……○ 주요 그룹들은 최근 인력연수원을 회장실 직속으로 개편하고 교육 대상도 全직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교육개혁이라는 슬로건 아래 교육내용이 바뀌고 강도가 높아지고있다.기업들의 의지는 늘어나는 교육.훈련비의 규모에서도 읽을수있다. 삼성그룹은 92년 6백60억원이었던 교육예산을 지난해에는 8백30억원으로,올해는 다시 1천3백억원으로 높였다.불과 두해만에 교육비를 2배로 끌어올린 것이다.연수시설도 확대되고 질은 고급화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올 상반기 안에 현재 4백50명 수용규모의 마북리그룹 연수원 옆에 같은 규모의 제2연수원을 착공하기로 했다.또현대와 대우그룹은 국제인력 양성을 위해 외국환경을 완벽하게 재현한 超현대식「국제교육 연구원」을 세울 계획이 다.기업들의 이같은 이상열기 밑에는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다.다가오는「지식의 시대」에는 최대 자산이 사원들의 資質이고 국제경쟁력도여기에서 결판난다고 보는 것이다.
또 당장 빨라지는 기술발달 속도와 조직의 슬림화에 따른 인원의 재배치도 사원 재교육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대학입학시험이 끝난 지난 2월 서울시내 주택가 독서실은 승진시험 준비를 위한 30~40대 샐러리맨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근무연한과 고과점수를 다 채우고도 외국어 시험에 발목이 잡혀 승진에서 누락되는 직장인의 비율은 여전히 네명에 한명꼴이다.더 험한 것은 한번 누락되면 선배대접 받으면서 다음해에자동 승진하는 것이 이미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 다는 현실이다.
『요즘에는 그해 첫 승진 대상자에게 우선권을 줍니다.한번 누락되면 순위가 밀려 그만큼 승진이 더 힘들게 됩니다.』 기업의인사원칙이「싱싱한 말(馬)골라내기」식으로 냉혹하게 바뀌면서 사원들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급해지지 않을수 없게 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겹쳐 최근 기업연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우선 교육 범위가 신입사원에서부터 계열사 사장까지 확대되고 있다.특히 눈길을 끄는 분야는 임원에 대한 재교육.
삼성(21세기 최고경영자 과정)에 이어 대우(최고경영자 교육과정),쌍용(글로벌 경영자 연수과정),현대전자(데일 카네기 트레이닝 코스)등이 임원을 대상으로 2~6개월간씩의 장기 연수과정을 개설한 것이다.또 현대그룹.럭키금성.한진.한 화그룹등도 뒤따를 예정이어서 임원 재교육은 기업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있다. 「위로부터의 변화」와「앞에서 끌고가는 5%가 중요하다」는 요구에 따라「관리와 감독」으로서 교육과 거리가 멀었던 임원들이 가장 혹독한 재교육 대상이 된 것이다.
기업교육의 목표도 평균적인 사원 양성에서 핵심인력 쪽으로 방향을 크게 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육의 내용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그룹의「테크너MBA연수계획」과 대우의「기술경영 석사과정」은 생산.연구직과 중간관리직의 벽을 허물기 위한 이색적인 프로그램. 여기에서 기술담당은 경영을 배우고 관리담당은 기술관련 과정을 밟아야 한다.경영과 기술의 접목을 통해 종합적인 판단을내릴수 있는 관리자로 양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자율과 개성을 존중하는「사원 학점제」도 독특하다.
회사의 지원 아래 사내외에 개설된 일정수 이상의 강좌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금성산전.인켈.현대정유등에 이어 올해는 포철과 현대전자등이 이 제도를 새로 채택했다.
그러나 폭발적인 연수 붐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한국생산성본부의 한 핵심 연구위원은『양적인 팽창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않아 연수효과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며 피교육자들은 여전히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가장 절실한 창의성.개성을 신장시키는 교육프로 그램이 특히미흡하다』고 말했다.
또 재교육에 따른 전환배치등 급격한 변화가 수반하는만큼 교육대상자들의 불안감도 적지않다.『내보낼 사람을 왜 비싼 돈 들여교육시키겠느냐』는 반문에도 여전히「물먹은게 아니냐」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에서는 경쟁기업이 퍼뜨린 악소문에 교육이 차질을 빚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주부대학을 만들어 사원가족들을 함께 교육시켜회사와의 일체감을 높이고 불안감도 다독거리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李哲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