誤報는 誤診보다 무섭다-락스미 나카르미 비즈니스위크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문의 날」이 올해로 38돌을 맞았다.이는 일시적 跛行도 없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한국의 신문들이 스스로 언론의 使命과責任을 물어온 긴 시간을 말해주는 것이다.특히 올해의 경우 행동지표로 정해진「정직한 보도」는 어느 때와는 다 른 國內外的 상황을 깊이 인식,치열했던 그동안의 과다보도경쟁을 지양하고 質的 경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질적 경쟁은 무엇보다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보도에 우선권을 두는 데서 출발한다.알권리를 주장하는 이 시대의 독자들 역 시 이같은 전제를 요구하고있다.이에 中央日報는 언론에 대한 신뢰회복운동의 첫번째 방안으로「오보없는 신문」제작 元年이 시작됐음을 알리며 국내외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提言을 들어본다.
〈편집자註〉 선진국일수록 개인의 사생활.인권이 중시되고 사회의 전문화.복잡화가 두드러진다.이런 사회에서 언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德目은 정확한 뉴스,다시말해「誤報없는 보도」다.
한국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 특파원들은 자신이 속한 언론사들이여러가지 제도적 장치와 대책을 마련,오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보를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기자 개개인의끊임없는 노력과 사실확인을 한결같이 강조했다.
AFP통신의 케이트 웨브 특파원은『우리 통신사는 취재과정에서상반된 입장이 있으면 양쪽의 견해를 모두 취재하도록 하는 관행이 정착돼있다』며『한쪽 얘기만 듣고 쓴 기사는 원칙적으로 보도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아울러 편집권을 갖고있는 부서장과 편집국장등「데스크」들도 일선 기자들의 취재내용을 점검,오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美國의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의 경우 기자가 써온 기사를 담당 데스크.부서장.국장등이 4단계에 걸쳐 철저히 확인하는 시스팀을 운용하고 있다.이 잡지의 서울특파원인 락스미 나카르미는『데스크를 통한 여러 단계의 검증절차를 거치 면서 오자교정에서부터 기자의 취재시각에 이르기까지 인쇄 전단계에서 오보를잡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日本언론들은 실무진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인 흐름과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고위층 취재를 하는등 크로스체크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는 것이 서울주재 일본언론인들의 설명이다.
권위있는 외국 언론사들은 이처럼 확인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오보가 날 때에는 즉각 정정기사를 싣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과문까지 게재한다.
英國 파이낸셜 타임스의 존 버튼 서울특파원은『언론사는 기자가사실확인을 소홀히했거나 기자의 본분을 다하지 않아 오보가 났다고 판단되면 해고등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며 외국언론사들이 오보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밝혔다.
AFP의 웨브 특파원은 또『오보로 해직된 기자는 다른 언론사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하고『이같은 위험성 때문에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매우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한편 외국특파원들은 오보와 관련,한국의 언론에 대해 매우 날카로운 지적들을 내놓았다.
이들은 한국기자들이 취재에 임해 사소한 사실이라도 철저히 확인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지난 15년간 서울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해온 나카르미 특파원은 특히 보도자료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기자들의 취재관행을 비판하면서『추측에 의존해 작성된기사들이 한국신문들의 지면을 자주 장식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버튼 특파원도『한국언론계의 치열한 경쟁상황과 정보접근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것이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해도 무방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언론이 오보없는 보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취재분야에 관해 전문지식을 갖춘 기자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나카르미 특파원은 지적했다.그는『한국기자들이 종종 취재대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오보를 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전문기자의 선발및 기자들에 대한 재교육 실시는 오보방지를 위해 필수』라고 조언했다.
『언론의 오보는 의사들의 오진과 마찬가지로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카르미 특파원의 지적은 신문의 날을 맞은 오늘 우리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李碩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