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어낚시꾼 '북적' 대청호 '꽁꽁' 주민들 발 묶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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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북 옥천군 대청호 인근 주민들이 갑작스런 한파로 호수면이 얼어 붙는 바람에 유일한 교통수단인 도선(渡船)운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꽁꽁언 대청호에는 얼음을 깨고 빙어를 낚는 강태공들로 초만원이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으로 급강하하며 마을과 읍 소재지 사이에 가로 놓인 대청호(폭 1㎞)가 꽁꽁 얼어붙어 이틀째 도선(정원 30명)운항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7가구 10여명의 주민과 설을 맞아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이 사고 위험을 무릅쓴 채 얼음 위를 걸어 다니고 있다.

주민 조성택(60.옥천읍 오대리)씨는 "설날까지 얼음을 깨 뱃길을 낸 뒤 배를 띄울 수 있었으나 이튿날 새벽부터는 얼음이 두꺼워져 배 운항을 못하고 있다"며 "멀리서 찾아온 자식과 손자들이 하는 수 없이 얼음 위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군북면 막지리 28가구 50여명의 주민들도 4일째 긴 막대 등으로 얼어붙은 수면을 깬 뒤 가까스로 배를 띄우고 있다.

그러나 얼음이 점차 두꺼워지고 있어 2~3일 후에는 이 마을 선박도 멈춰설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1998년 1백5마력급 대형 철선 2척을 이들 마을에 배치해 웬만한 얼음은 깨고 운항토록 했으나 갑작스런 한파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며 "주민들이 얼음이 두꺼운 안전구역으로 왕래하도록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충북 옥천군 옥천읍 수북리 대청호에는 지난 24일부터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5일까지 두툼한 방한복으로 무장한 강태공들이 하루 평균 2백여명이나 몰렸다.

조창민(45.대전시 서구 복수동)씨는 "매서운 추위이지만 얼음 구멍을 통해 빙어를 낚아 올리는 짜릿한 손맛을 잊을 수 없어 이 곳을 자주 찾는다"며 "뭐니뭐니해도 빙어낚시는 추워야 제맛"이라고 말했다.

옥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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