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도시 시장이 뽑은 '공무원의 안 될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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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제 소관이 아닙니다" "근무 시간이 끝났습니다"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 소도시 메기온에서 앞으로 이런 말을 한 공무원은 일자리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인구 5만 명의 이 도시 알렉산드르 쿠지민 시장(33)이 공무원이 해서는 안 될 말의 목록을 만들어 부하 직원들이 이를 따르도록 지시했다고 BBC 방송이 2일 보도했다.

쿠지민 시장이 사용을 금한 말의 목록에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임자가 한 일이라…" "지금 점심시간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막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예산이 없습니다"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이 자신이 맡은 업무를 기피하거나 처리하지 않은 일에 대한 변명을 하며 사용하는 말이다.

쿠지민 시장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는 공무원의 변명에 진절머리가 났다"며 "만일 부하 직원들이 나나 민원인 앞에서 금지된 말을 할 경우 자리에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 공무원들은 주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기 위해 존재한다"며 "그들은 주민이 호소하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서는 옛 소련 시절부터 내려오는 관료들의 태만과 부정부패가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쿠지민 시장의 조치는 관료주의에 빠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 일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을 해고할 순 없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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