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제보자 보호' 철칙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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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보자 보호'는 국세청의 철칙이다. 지금까지 국세청 내에서 이를 어겨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없을 정도로 제보자에 대한 비밀 유지가 잘 된 편이다.

하지만 부산지방국세청 직원이 기업 탈세 제보를 한 휘슬 블로어의 신원을 해당 기업에 넘겨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조직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중대 사안으로 국세청 주변에서 보고 있다.

국세청은 탈세에 대한 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보자에게 1억원 범위 내에서 포상금을 주고 있다. 최고 포상금이 1억원이나 된다는 것을 보면 국세청이 제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제보자 보호' 원칙을 어겼을 때 어떤 처벌을 받는지 아는 국세공무원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만큼 희한한 사건이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이 제보자를 해당 기업에 알려줬을 뿐만 아니라 세금을 안 내는 방법까지 친절히 조언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세금을 징수해야 할 공무원이 거꾸로 세금을 안 내는 꼼수까지 컨설팅한 셈이 됐다. 이런 경우 중징계를 면치 못한다는 게 국세청 내부의 의견이다. 한상률 국세청 차장은 "현재 해당 직원이 검찰에 들어가 있어 보도된 내용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 일(제보자 유출)이 벌어지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며 관련 내용을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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