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s풍향계 분석] 손학규 첫 10% 벽 돌파, 유권자 시선 변화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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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란 말이 있다. 지난 1년여의 대선 정국에서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빅 매치’였다. 네거티브 과열로 경선 과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지만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이면서 두 후보는 세간의 이목을 독차지했다.

정치부 김성탁 기자

그 싸움판이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대신 범여권 주자들이 다투는 새 경쟁 무대가 선을 보였다. 대통합민주신당은 9월 3∼5일 9명의 주자 중 네명을 떨어뜨리는 예비경선을 앞두고 27일 첫 합동 토론회를 여는 등 10월 중순까지 이어질 본격적인 경선전에 돌입했다. 민주당도 10월 16일 대선 후보 선출을 목표로 독자 레이스에 나섰다.

이에 따라 대선 여론시장에선 박근혜 후보의 지지표를 대거 흡수하며 압도적인 1위로 등극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지, ‘도토리 키재기’에 그쳐온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에 변동이 있을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29일 실시된 조인스 풍향계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주(55.1%)에 비해 1.8%P 떨어진 53.3%를 기록했다. 하락폭이 미미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변화다. 범여권에선 ‘마의 벽’으로 불려온 지지율 10% 고지를 돌파한 후보가 나왔다. 민주신당 손학규 후보가 지난주(6.7%)에 비해 4.1%P 상승한 10.8%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손 후보가 풍향계 조사에서 1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당 정동영 후보(4.2%→5.0%), 이해찬 후보(3.0%→3.7%)가 소폭 상승하며 뒤를 이었다. 민주당 조순형 후보는 4.2%에서 2.3%로 떨어졌다. 이번 결과를 여론의 어떤 흐름으로 보기는 이르다. 대부분의 변화가 오차 범위를 살짝 넘거나 그 이내여서 향후 조사를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범여권에서 10%대 주자가 등장했다는 것은 유권자들의 시선이 범여권쪽으로도 향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 3등 했던 후보와 같이 앉아있으니 자괴감이 든다’ ‘깔따구 잡기 위해 해병을 투입할 생각은 없느냐’는 등의 공방이 오간 토론회에 이어 ‘유령 선거인단’ 논란이 불거지는 등 범여권의 싸움판은 후끈해지고 있다. ‘호남의 맹주’로 통하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이 반기를 드는 전례없는 광경도 펼쳐지는 중이다.

한나라당 경선 결과를 보고 부동층으로 빠졌던 범여권 지지자들이 위기감을 느껴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신당의 정당 지지율이 상승(6.8%→10.4%)하고, 남북 정상회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DJ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조순형 후보의 지지율이 빠진 게 이런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홀로 남겨진 이명박 후보는 당내 분란을 해소하고 지지율 독점을 이어갈 것인가. “누군가 먼저 10%를 돌파하면 다른 후보도 뒤따를 것”이란 범여권의 희망은 현실화할 것인가. 다음주 풍향계가 궁금해진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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