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 여의도 양지탕 주인 김현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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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뜨끈한 국물의 양지탕집 아저씨 金賢洙씨(46.서울「여의도 양지탕」사장)는「앞서가는 경영인」이다.
설거지를 하고 음식을 나르는 식당아줌마들에게 상여금.퇴직금은물론 자녀학자금까지 지급,「평생직장의 원」을 풀어준 사람이다.
10명의 종업원들 역시 그 대가로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金씨의 사업을 알차게 불려줘 여의도에서는소문난 음식점으로 자리잡게 했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이「뜨내기 일꾼들의 날품팔이 일터」쯤으로 생각하는 식당을「장래가 있는 일터」로 바꾼 金씨가 이 식당을 연 것은 지난 85년.소규모 잡화가게를 하던 그가 현재의 이 자리에 상가분양을 받고나서부터.
처음 요식업에 손을 댄 그는 힘들게 구해온 종업원들이 한달이멀다하고 들락거리는데 아연실색하게 됐다.
직업소개소등을 통해 알선받은 일꾼들은 옆집에선 몇만원을 더준다고,또 손님이 반말을 했다고,아침에 늦잠을 자다가 나오기 싫으면 그만두기 예사였다는 것.심지어 점심시간 손님이 밀어닥치는데 탕을 끓이다말고도 보따리를 싸는 종업원도 있었 다는 것.
종업원이 나가면 설거지에서 음식배달까지 1인5역을 도맡아하면서 종종걸음을 쳐대야 했던 金씨는 이들 종업원들이 식당이라는 직장을 지나가는 정거장쯤으로 생각하는 것을 고쳐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이들에게 식당도 평생 일하면 생활이 펴고 피치못해 그만둘때는퇴직금이라도 타 급한데 사용할 수 있게 해주자,또 오래 일하면새로 들어온 사람보다 경력을 인정받는 호봉제도를 실시하자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는 것.
그는 식당을 해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 88년퇴직하는 한 사람에게 퇴직금을 85년부터 소급적용해 계산해 주자 종업원들이 생각을 달리 먹기 시작했다는 것.
이곳의 종업원들은 상여금등으로 인해 현재 주변식당 종업원들보다 월20여만원이 많은 85만~90만원을 받고 있는셈.지난해에는 종업원 9명의 중.고생및 대학생 자녀들에게 모두 6백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또 산재보험에도 가입 했다.
이렇게 직장에 대한 종업원들의 신뢰가 쌓여가자「철새」일꾼들은생기지 않았고 현재 이직이 거의 없어 최고 9년까지 한식당에서붙박이로 일하고 있다는 것.
음식을 나르는 최고참 梁淑喜씨(51)는『가족같은 분위기에 사장이 우리아이들 장래걱정도 해줘 다닐 수 있을 때 까지 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자연 이 집의 음식맛은 한결같다는 소리를 듣게 됐고 종업원들이 단골손님을 알아보고 식성까지 맞춰주고 상냥하게 대해 식당이날로 번창하게 됐다.
현재 1백20석규모의 이 식당은 점심.저녁시간엔 빈자리가 없을 정도.『앞으로 사업이 좀더 잘 되면 종업원주주제도 생각해보겠다』는 金씨는『종업원의 앞날과 사업의 발전을 생각하면 당연히내려지는 결론』이라고 했다.
〈高惠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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