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후보 암살 파문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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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멕시코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 루이스 도날도 콜로시오(44)의피살은 현직 대통령이 암살당한 것 못지않은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그는 지난 11월28일 카를로스 살리나스 대통령(45)으로부터 후계지명을 받는 순간 차기대통 령으로 확정된것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콜로시오 암살 파장은 65년동안 장기집권 해온 제도혁명당(PRI)으로서는 최대의 위기가 아닐수 없다.연초에 터진 치아파스州의 농민폭동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에 여당 대통령후보의 암살사건까지 벌어진 것이다.66년전 알 바로 오브레곤 대통령 당선자가 살해된 이후 이같은 사건은 처음이다.
대외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당장 北美자유무역협정(NAFTA)을 계기로 멕시코 투자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외국투자자들에게 이같은「政情불안」은 최대의 惡材다.
멕시코 투자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경우에도 가장 큰 고민이 멕시코의 정치적 안정여부였기 때문에 콜로시오의 암살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미국은 NA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부터 살리나스에 대한 개인적 신뢰가 매우 컸다.살리나스를 중심으로 하는 단합된 신진정치 세력들이 경제적 개혁을 주도할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기반까지 도 구축해줄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지난해 살리나스가 콜로시오를 후보자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전에없는 잡음이 일었다.유능한 인물들을 제치고 자신에 맹종해온 콜로시오를 지명했다고 해서 여태까지 말이 많았다.그는 부정시비로얼룩진 88년 대선당시 살리나스의 선거사무장을 지냈으며 한국의새마을운동과 비슷한 역학을 맡는 사회개발부의 장관직을 맡고 있다. 대통령의 후계자 지명에 무조건 복종하던 오랜 관례조차 시비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지명을 기대했던 마누엘 카마초 솔리스 멕시코 시장은「사표」제출로 노골적 불만을 표시했으며 최근까지 후계자 지명이 번복될 것이라는 소문이 끈질기게 나 돌았다.
NAFTA의 북새통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작년 경제성장이 0.4%에 불과했던 것도 政情불안과 결코 무관치 않다.아무리 외국인 진출이 늘어난다 해도 자기네 나라 부자들이 불안한 정세에투자를 기피하고 움츠리고 있는 판에 경기가 살아 날 수 없었던것이다. 살리나스가 누구를 후계자로 다시 지명하든지 기존의 정책궤도에 상당한 수정을 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당장 개방정책의 피해가 직접 와닿는 중소.영세기업과 농민들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감안됨은 물론 각 부문에 걸친 여러 개혁정책들 도 상당기간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 암살사건이 순조롭게 출범한 NAFTA체제가 겪게 될 첫번째 시련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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