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스타 장기집권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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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육상선수권 5일째인 29일 여자 창던지기 예선에서 독일의 린다 슈탈이 힘차게 창을 던지고 있다. [오사카 AP=연합뉴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트랙과 필드의 지구촌 대제전' 2007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중반전에 들어서면서 연일 드라마틱한 승부로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29일 현재 세계선수권 3회 연속 우승한 선수가 벌써 3명이나 탄생했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전 세계의 수많은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최소한 4년 이상 정상을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과연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불패의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

남자 해머던지기 결승전에서 이반 티지칸(31.벨로루시)이 보여준 투혼은 모든 선수의 귀감이 될 만했다. 2003년 파리, 2005년 헬싱키 대회 챔피언이지만 27일 결승전 초반 그의 모습은 10위권도 힘들어 보였다. 4차 시기까지 세 차례나 라인을 벗어난 파울이었다. 경쟁자들은 6~7명이 초반부터 80m를 돌파하며 환호성을 올리고 있었다. 5차 시기에서 가까스로 80m17㎝를 던진 티지칸은 마지막 6차 시기에서 남은 힘을 모두 쏟아 부으며 83m63㎝를 기록,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1m86㎝, 110㎏의 거구답지 않게 껑충껑충 뛰며 춤을 춘 티지칸은 인터뷰에서 "경기는 6라운드에 끝난다. 마지막 시기를 앞두고 '내가 못할 일은 없다'고 나 자신을 타일렀다"고 말했다.

▶정신력, 그리고 애국심

남자 20㎞ 경보에서 맨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은 뒤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헤르페손 페레스(33.에콰도르)를 보면서 "죽을 각오로 레이스를 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소위 '자살 전략(suicidal strategy)'을 썼다는 말이었다. 페레스는 골인 직후 병원으로 실려 갔다. 섭씨 35도, 습도 80%의 살인적인 무더위를 뚫고 이룬, 이 종목 최초의 세계선수권 3연속 우승이었다. 경기 후 그는 "자살전략이란 표현을 인정한다"며 "내 정신력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금메달 획득보다도 에콰도르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더 없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역시 체력

남자 1만m에서 우승한 케네니사 베켈레(25.에티오피아)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장거리 황제' 하일레 게브르셀레시에(에티오피아)의 아성을 무너뜨린 뒤 주요 대회 8전 전승의 불패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9600m까지 3위로 달리다 마지막 바퀴에서 100m를 13초대에 달리는, 믿을 수 없는 스피드로 대역전극을 펼쳤다. 그는 "승부는 최종 스피드에서 결판 났다.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피로함을 느꼈으나 몇 분 후 다시 회복이 됐다"고 말했다.

29일 경기에서는 39세의 프란카 디치(독일)가 여자 원반던지기에서 66m61㎝를 던져 이 종목 사상 두 번째 최고령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높이뛰기에서는 농구 선수 출신인 바하마의 도널드 토머스가 2m35㎝를 넘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100m 우승자 타이슨 가이(미국)는 200m 준결승에서 20초00의 가장 좋은 기록으로 결승에 진출, 단거리 2관왕을 노리게 됐다.

오사카=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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