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는 후끈 탈법은 전무/새 선거법후 지방의원 첫 보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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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후보들 “말썽나면 아예 도태” 몸조심/“내년선거 풍향계” 여야 총력전 양상
김대중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이사장(전 민주당 대표)이 전북 이리에서 대선이후 첫 호남방문 강연을 가지고 있던 지난 17일 오후 3시쯤.
인근 군산시내의 신풍국교에서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광역의원 보선 합동유세가 열리고 있었다. 전북 도의원 보궐선거(군산 제3선거구를 위한 이 합동유세장에는 지방선거에서 보기드문 1천5백여명의 유권자들이 모였다. 이 선거가 새 선거법 통과이후 처음인데다 내년의 단체장·지방의원선거를 앞둔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은 것이다.
또 민자·민주 양당이 최근 호남지역 보선의 전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터라 더욱 관심사가 되고 있다.
후보는 민자당(이형로·35)과 민주당(신문식·47)의 단 두명.
양당 대결은 그만큼 달아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김 이사장의 호남방문은 이 지역 유권자들을 좀 들뜨게 한 원인도 된 것 같다.
김 이사장에 이어 이기택 민주당 대표가 20일 이 선거지역을 찾고 이날 유세장에도 노무현 최고위원과 의원 6명이 다녀갔다.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나름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보선은 지난 15일 김영삼대통령이 새로운 선거법에 서명한뒤 처음으로 열리는 선거무대라는데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이 만장일치로 신법을 통과시킨 뒤끝이고 김 대통령도 선거의 타락상에 공직추방의 철퇴를 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데 따른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래서 양당 후보는 깨끗한 선거의지를 다짐하는 행사를 가졌고 선거운동에서도 조심하는 표정을 엿볼 수 있다.
서로 불법선거운동 시비가 벌어지는 것을 극구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이 선거가 세차례의 시의원 보선때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때는 음식접대비니 호별방문·불법선전물 배포 등 각 후보측으로부터의 고발·신고가 셀 수도 없이 잇따랐다. 하지만 18일까지 1주일이 넘도록 그런 고발이나 신고가 단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양당 후보측도 인정한다.
불법·탈법선거 시비가 벌어지면 당선이 문제가 아니고 아예 정치권에서 도태되어 버리는 더 큰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5일의 선거일까지 남은 1주일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단순히 도의원선거에 그치지 않고 중앙에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보선에서만 12전12패(광역 1,기초 11)의 쓰라림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몸이 후끈 달아있다.
전북만 그런게 아니다. 전남도 연패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텃밭을 빼앗기는 아픔을 더이상 겪어서는 안된다는 중압감이 민주당 지도부를 누르고 있다. 김 이사장의 호남행을 이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와 당지도부가 대거 도의원 선거에까지 모습을 나나태는 것도 이같은 사정을 반영한다.
민자당이라고 실지탈환의 연승가도에 안존할 수만 없다. 내년 4개지방 선거에 앞서 어떻게든 이 승세를 이어가는 생각인 것이다. 박이환 시선관위 사무국장은 『정당의 과열 조장여부가 이번 선거의 공명성을 가름할 것』이라고 말한다.<군산=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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