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시민사회>시리즈를 마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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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선진국 경찰 시리즈에 대해 경찰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독자들의 호응은 예상외로 대단했다.
본사 특별취재반은 당초 이 시리즈가 경찰이라는 특수 집단을 주제로 한데다 자칫 딱딱한 내용이 될수 있다는 점에서「일반 독자들에게 과연 얼마나 어필할수 있을까」를 내심 우려했다.하지만지난달 14일 연재가 시작되자마자 이런 걱정은 쉽게 버릴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호응이 밀려들었다.
보도 내용에 공감을 표시하는 전화가 본사에 쉴새없이 걸려왔고직접 찾아오거나 서신을 통해 우리 경찰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대안을 제시한 독자들도 상당수였다.한 독자는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경찰 개선점 30여가지를 사례까지 들어 조목 조목 적어 보내면서『꼭 연재 내용에 반영시켜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함께「왜 이런 내용은 다루지 않느냐」「좀더 심층 취재가 필요하다」는등 채찍성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경찰 개혁」의 공감대가 그만큼 깊고 넓다는 것이 확인됐음을 알수 있었다.
상당수 독자들은『우리 경찰이 거듭나야 한다』며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한 換骨奪胎를 요구했다.
그러나 독자들의 반응은 단순히 우리 경찰을 비난하는데 그치지않고 선진경찰이 되기위해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한다는 현명함을 보여주었다.
『일본 경찰,무척 친절하지요.합리적이기도 하고요.하지만 대우나 근무조건이 그만큼 좋아서 그런 것 아닙니까.』 「일본 경찰의 대변신」(시리즈 2회)이 연재되던 날,얼마전 회사일로 도쿄에 다녀왔다는 李相鎭씨(34.서울관악구신림동)는『처우 개선 없는 경찰개혁이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물론 15만 경찰관들의 호응은 절대적이었다.이 번 시리즈가 국내 언론계에서 사실상 처음 시도된 경찰관련 해외 연재물이었기 때문이다.또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간부들의 책상에서는 보도 내용을 모아둔 스크랩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회의 시간에 시리즈 내용을 열거해가며 부하 직원을 교육시키고 있다는 경찰간부도 상당수였고 보도 내용을 일선 파출소에 팩시밀리로 보내 직원들에게 돌려보이는 경찰서도 있었다.
보도 내용을 토대로 경찰 개선 방향을 찾아보겠다는 연락도 많았다.서울경찰청 민원실은「국민들에게 친밀감을 주는 선진 경찰의민원실」 보도내용을 현지로 직접 확인하며 민원실 운영 개선점을모색중이다.
이밖에도 취재 기자들은 일선 경찰서로부터『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해달라』는 異色 제의를 받기도 했다.
시리즈를 끝내며 시간상의 제한 때문에「수박 겉하기」式으로 넘어갔거나 경찰기구의 효율적 운영 방안등 몇가지 중요한 항목을 다루지 못한 아쉬움을 느낀다.하지만 이번 시리즈가 적어도「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경찰 스스로의 의식 변화와 사 회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서울시내 한 경찰서장은『이번 시리즈의 내용이「우물안 개구리」였던 우리 경찰에 충격을 주었다』며『이를 통해 경찰 고위 간부부터 말단파출소 직원까지 개혁의 필요성에 동감하게 된 것같다』고 말했다.
〈李圭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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