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외국의 유아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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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선진국의 유치원들은 기본적으로 전액 무상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리와 큰 차이가 난다.
우리의 경우 공립유치원은 전체의 10% 남짓이고 나머지는 모두 사립이지만 선진국은 공.사립 비율이 우리와 정반대인데다 사립유치원도 국가가 전액 보조해 주고 있어 취학 적령아동 거의 전원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영국은 1백30여년전인 1856년부터 5~7세 어린이들에 대한 무상교육제도를 확립했고,독일.프랑스.미국등도 의무교육제도의시작과 함께 유치원을 의무교육 기간안에 포함시켰다.
선진국에선 유아교육도 국민의 당연한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로 인정되고 있다는 말이다.
유치원 자체가 의무교육화 했기 때문에 모든 유아교육은 유치원안으로 흡수돼 우리처럼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사설학원이나 학습지가 성업을 누리는 기현상은 찾아볼수 없다.
우리의 경우 정부가 유아교육에 대한 확고한 정책의지가 없는 반면 학부모들은 대부분 유아교육을 꼭 시키려고 희망하기 때문에그틈을 비집고 학습지 시장이 번성하고「유치원 들어가기가 하늘의별따기」라는 한국적 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유아교육의 내용면에서도 선진국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선진국에선 유치원이 부모의 곁을 떠나 최초로 시작하는 집단생활이라는 점을 감안,올바른 사회화 과정과 공동체의 질서 준수에교육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기능적 지식의 전수는 거의 하지 않는 대신 보다 장기적 측면에서 지적.정서적 잠재성을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질서교육은 모든 선진국 유치원이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중 하나로 줄서서 차례지키기,약속지키기등이 특히 강조되고 자기 욕심만을 내세워 남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동료들로부터 철저히 따돌림 당하게 만드는 가혹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어.산수등 기능적 지식은 국교에 들어간 뒤부터 배운다는 원칙에 따라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독일의 유치원은 가스레인지 켜고 끄는 방법,길이나 백화점에서길을 잃었을 때등의 상황을 중심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가르치는 걸로 유명하다.
몇년전에는 모 세제회사가 시금치 물이 든 셔츠를 자신들이 만든 세제로 빨면 완전히 물이 빠진다는 내용의 TV광고를 했으나유치원에서 교사와 어린이들이 직접 시험해 본뒤 광고대로 되지않자 항의해 결국 광고가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을 정도로 철저하게「실습」위주로 배운다.
선진국 유치원들의 또다른 특징중 하나는 매시간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보조교사를 맡는등 자원봉사체제가 매우 활성화돼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이같은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자기자녀에 대한맹목적 애정대신 객관적 판단을 내릴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부모와 학생들 모두가 유아교육 기관에서부터 무엇이 정상적인 교육인가를 체험하기 때문에 결국 중.고교에서도 교육정상화가 이뤄진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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