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 특검 사과" DJ 숙제 푸는 범여 주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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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분당''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사과 요구가 민주신당 주자들 간에 미묘한 신경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DJ가 제출한 문제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추미애 전 의원이 24일 즉각 사과론을 지지하고 나선 반면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분당.특검은 지금 와서 공개적으로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 정체성 계승을 주장하고 있다. 친노 주자들은 언급을 피한 채 향후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분당에 대해 "결과적으로 민주 세력이 분열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그동안 개인적으로 10여 차례 사과했고, 대선에서 민주정부를 수립해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동영의 정치 12년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 노선을 대변하고 발전시켜 온 12년"이라고 주장했다.

새천년민주당 시절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을 지냈던 추미애 전 의원도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 송금 특검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데 대해 역사적 책임이 있다"며 "(분당 과정에선) 지지층에 대한 분열 세력의 반성과 진지함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손 전 지사 측의 우상호 대변인은 "당사자도 아닌 우리 캠프가 과거 열린우리당 일에 나서 뭐라 얘기할 게 아니다"면서도 "손 전 지사는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며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했고, 내 개인적으로도 특검 연장에 반대해 1인 시위까지 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가 분당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합에 뛰어들어 노력했다는 주장이다.

친노 주자들은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 구도로 비칠 수 있는 상황에서 언급을 피했다. 이해찬 전 총리 측의 한 의원은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분당을 마지막까지 만류했던 분"이라며 "만약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이를 풀 적임자는 이 전 총리"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의 총리였을 뿐만 아니라 1997년 대선 때 새정치국민회의 대선기획 부본부장으로 DJ 당선의 공신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의원 측은 공식 언급을 피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도 "(DJ가) 저희에 대해 하신 말씀도 아니고 청와대가 의견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DJ, 조순형도 비판=한편 DJ는 23일 열린우리당 전직 지도부의 예방을 받고 분당.특검에 대한 사과 얘기를 꺼내며 "민주당 일부에서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때 햇볕정책을 비난하는 얘기가 나왔고, 이번엔 2차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얘기도 나왔다"며 "이런 주장이 어떻게 민주당 전통에 맞는 얘기인가"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DJ가 최근 2차 정상회담을 비판한 조순형 민주당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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