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테 홍 - 북 남편 상봉, 남북 정상회담 논의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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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테 홍씨가 23일 청와대 민원실에서 탄원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생이별한 북한 유학생 출신 남편과의 만남을 46년간 기다려 온 독일인 레나테 홍(70) 할머니의 애절한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섰다.

23일 레나테 할머니로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하는 탄원서를 접수한 청와대는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독일어로 된 레나테 할머니의 탄원서를 번역하고 있으며, 다음주 초 독일대사관 측과 회의를 여는 등 준비를 거쳐 노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방침은 추후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확정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레나테 할머니의 남편 상봉 문제가 인도적인 사안인 만큼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부드럽게 얘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레나테 할머니가 23일 찾아오자 임대윤 사회조정1비서관이 나와 탄원서를 전달받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레나테 할머니는 탄원서에서 "나는 아직 건강하니 남편이 독일에 올 수 없다면 내가 북한으로 가겠다"며 애절한 심정을 호소했다. 임 비서관은 레나테 할머니에게 전통부채를 선물하며 "할머니의 뜻을 노 대통령께 꼭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상회담 준비를 맡고 있는 통일부 당국자도 "인도적 입장에서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다양한 채널의 남북 접촉 기회를 활용해 비공식적으로 북측의 협조를 요청하는 등의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2일 레나테 할머니의 예방을 받은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좋은 결실을 보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며 "할머니와 남편 홍옥근씨의 직접 상봉이 어려울 경우 북한과 독일 적십자사가 양해한다면 화상 상봉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 보도(2006년 11월 14일자 1면)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진 레나테 할머니의 사연에 대해선 각국 언론의 관심이 쇄도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인 ZDF는 한국에 와있는 할머니와의 전화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내보냈고, 영국 BBC 등도 인터뷰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나테 할머니는 26~27일 금강산 여행을 떠나 남편이 살고 있는 북한 땅을 밟게 된다. 28일에는 남편과의 상봉에 관심을 기울여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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