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원 민주 탈당, 무소속 출마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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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니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김대중(DJ)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장남 김홍일(사진)의원에게 한 말이다. "목포를 한번 방문해주시죠"라는 金의원의 부탁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네가 스스로 한 결정이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金의원이 20일 민주당 탈당을 발표한 뒤 기자들에게 소개한 내용이다.

金의원의 탈당은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김심(金心.DJ 의중)논란을 불렀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DJ의 계승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DJ의 지지 여부는 곧바로 호남 민심과 선거 판도를 가름할 변수로 여겨졌다. 여권은 그래서 金의원이 민주당적을 갖고 있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 해왔다. DJ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경우 호남 공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金의원의 무소속 출마는 'DJ의 중립화'로 받아들여졌다. 열린우리당 박양수 전 의원은 "오래전에 金의원을 만나 'DJ가 엄정중립을 지키고 있는데 金의원이 민주당으로 출마하면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환영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김영환 대변인은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홀로서기를 결심한 金의원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金의원의 탈당은 당내에 파장을 던졌다.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상당수 호남 중진들이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운태 총장은 "여러 분들이 고심하고 있다"며 "설 연휴가 지나면 결심을 가시화하는 분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 출마를 밝힌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나더러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 지역구인 동작갑에 나오라는 여론이 있다"며 "한화갑 전 대표가 양천을, 박상천 전 대표가 강서을 같은 데서 출마해 '남서울 벨트'를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이정민.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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