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미국대선] 경륜이 '딘 風' 잠재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경륜이 바람을 눌렀다. 19일 끝난 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는 민주당 기간당원들의 광범한 지지를 받아온 존 케리(매사추세츠주)상원의원이 완승했다.

인터넷과 젊은층의 지지를 타고 거세게 불어닥쳤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의 '딘풍(風)'은 표로 연결되지 못했다.

한편 젊은 패기와 참신함을 앞세운 존 에드워즈(노스 캐롤라이나주)상원의원도 딘풍을 넘어서며 2위로 도약했다.

이는 케리 상원의원이 선두를 차지한 것보다도 더 큰 이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로써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민주당 대선 경선의 확실한 변수로 등장했다.

◇이변의 배경=초반 선두를 달리던 딘 전 주지사와 딕 게파트(미주리주)하원의원은 치열한 상호 비방전을 펴다 공멸했다.

게파트 의원 측은 딘 전 주지사의 잦은 말바꾸기와 거친 성격 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상처를 입혔고, 본인도 딘 캠프의 역공을 받아 이미지가 실추됐다.

또 1988년 당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선두를 차지했던 게파트 의원은 노조 조직에만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을 하다 4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는 지적도 있다.

두 사람이 너무 오래 선두 공방을 벌이는 바람에 유권자들이 식상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과정에서 에드워즈 후보는 "냉소의 정치로는 이길 수 없다. 희망의 정치, 남을 비방하지 않는 정치가 간절하다"면서 유권자에게 접근해 어부지리를 얻었다.

유세과정에서 딘 전 주지사의 성격상의 결함도 많이 드러났다. 코커스에 참석한 유권자 줄리 챔버스(45)는 "딘은 항상 화난 표정이다. 그래서 그를 지지하다 에드워즈로 바꿨다"고 말했다. 딘 전 주지사는 토론 도중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부시 대통령과도 이웃처럼 지내라"고 요구하자 "당신은 자리에 앉아라. 나는 부시의 이웃이 아니다"라고 퍼붓는 등 실점을 많이 했다.

반면 케리 상원의원이 선두를 차지한 것은 민주당원만을 상대로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표장에 나온 골수 민주당원들에겐 무명의 딘 전 주지사보다는 오랫동안 당을 지켜온 케리 상원의원에게 훨씬 더 끌렸다는 것이다.

◇전망=선두주자이던 딘 전 주지사가 아이오와에서 3등을 했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졌다. 오는 27일 열리는 동부지역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선 아이오와 경선을 건너뛴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 사령관과 조 리버먼(코네티컷주)상원의원이 가세한다.

딘 전 주지사는 자신이 아이오와에선 패했지만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만일 뉴햄프셔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면 '딘 바람'은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떤 경우든 민주당으로선 오는 11월의 대선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19일 아이오와 디모인시 제51선거구에 참석한 유권자 1백11명 중 33명은 공화당이거나 무소속였다가 처음으로 민주당 경선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민주당 경선이 열기를 띠면서 유권자의 관심이 쏠린다는 방증이다.

아이오와 디모인시=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