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입자가속기 美 당장성과 없다 공사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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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조6천억원을 들여 판 땅굴에 다시 흙을 채우는데만 5천억원을 써야하는 어처구니없는 공사가 美텍사스주의 한 사막에서 진행중이다.21세기 최대과학사업의 하나로 총공사비만 9조원이 드는초전도 입자가속기(SSC)건설공사가 시작된지 5 년만인 지난해10월에 중단키로 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주의회가 다시 메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늘어만가는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美의회가추가예산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비슷한 돈이 드는 인체게놈사업이 질병치료.식량증산이란 달콤한 미끼를 제시하며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초전도입자가속기가 빛좋은 개살 구꼴이 된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전도입자가속기란 원자보다 작은 소립자에 에너지를 가해 빛에가까운 속도까지 회전시킨 다음 충돌시키는 장치로 극미의 세계에서 우주창조 당시를 재현해낸다는 것.지하 45m에 1만여개의 거대한 자석이 감싸고있는 둘레 90㎞의 터널이 S CC의 본체로 터널내부는 우주공간과 같은 수준의 완벽한 진공상태가 유지돼야한다.서울시를 거의 둘러쌀만한 거대한 지하도시속의 진공터널을여행하게되는 것은 수십조분의 1g도 안되는 양성자다.그러나 이양성자는 터널둘레의 가속장치에 의해 광속 가까이 가속돼 막대한에너지(40조 전자볼트)를 얻게 된다.
SCC 건설반대론자들은『빅뱅이 우리에게 빵을 주는 것도,암을치료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일부과학자들의 지적호기심만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낭비할 순 없다고 주장해왔다.마침내 승리는 그들의 몫이 되어 1만5천여명에 달하는 건설관계자와 연구진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파다 메운 터널만 흉물로 남게 됐다.
노벨상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박사는『초전도입자가속기는 현대물리학의 최대과제인 통일장이론증명에 가장 중요한 실험도구』라며 건설중단을 안타까워했다.통일장이론이란 자연계내에 존재하는 네가지힘인 중력.전자기력.약력.강력을 하나로 합쳐 설 명하려는 것으로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숱한 물리학자들이 도전했으나 아직 완성되지않은 분야다.현재 방사선붕괴시 나타나는 약력과 전자기력만 서로 같은 힘이라고 증명된 상태.눈앞의 빵이 미래의 꿈을 밀어낼순 없다는 것이 초전도입자가속기부활 을 바라는 학자들의 주장인 것이다.
〈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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