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살아있다] "중국동포는 엄연한 중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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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선족(중국동포)은 한국인인가 중국인인가. 그들도 된장을 먹고 한국어를 할 줄 아니까 한국인인가. 냉전 이후 중국의 조선족을 접하며 당황했던 경험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족이 "나는 중국인"이라고 당연하게 밝히는 데 대해 동족으로서 섭섭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조선족은 중국 동북 3성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이다. 사회주의 교육까지 받은 것을 고려하면 오늘의 한국인과 다른 점만 골라내도 대단히 많다.

최근 '조선족은 누구인가'(현암사)를 펴낸 임계순(한양대.중국 근현대사)교수는 "조선족과 한국인의 교류가 늘면서 서로의 차이를 점차 느끼게 되었다"며 "조선족 동포가 중국인임을 인정하고 중국 내에서 번영할 수 있게 돕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교수는 또 "1860년 시작된 조선족 동포들의 이주의 역사, 일제 식민지 시절 중국 동북 지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과의 관계,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과정에서 조선족의 역할, 그리고 소수민족이 된 후 중국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면, 조선족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생각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고구려 역사와 조선족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서,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우리는 중국과 중국인을 다소 무시하고 과소 평가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지난 10여년간 우쭐댈 때 그들은 묵묵히 경제력을 길러 가면서 한편으로 '역사 넓히기'에 나선 것은 아닐까.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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