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데비 복수의 여신 정계진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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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때 범죄조직을 이끌면서 살인.무장강도.납치등을 일삼던 한 인도여인이 최근 석방된 직후 정계진출을 선언해 인도에서 커다란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36세의 푸란 데비.그녀는 지난 83년 자신의 범죄단을 이끌고 22명의 지주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수감돼오다 州정부의 형집행 정지결정으로 지난달 석방됐다.
데비는 과거 자신의 죄상들을『상층 지배계급에 대한 투쟁』으로미화하고『하층민들의 권익옹호와 남성지배체제를 타파하기 위해』정치에 투신하겠다고 밝혔다.
인도의 철저한 계급제도인 카스트하에서 그동안 억눌려 살아왔던수많은 하층민들은 데비를「복수의 여신」「義賊 여왕」등으로 추앙하면서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또한 하층민들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각 정당들은 데비의 인기를 정치적 으로 이용하기위해 그녀의 입당을 적극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데비의 석방은 이같은 정당들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하부계층의 지지를 받아 지난해 12월 데비가 복역하고 있는 우타 프라데시州의 주지사로 선출된 무라얌 싱 야다프는 집권하자마자 데비를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녀의 석방안에 서명했다.이에 대해 다른 정당들과 현지경찰은『법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지난 81년 데비는 자신의 情夫를 살해한 2명의 청년을찾기 위해 인근 마을을 습격했으나 그들을 찾지 못하자 주민 50여명을 강가로 끌어내 처형하는등 끔찍한 범죄를 수없이 저질러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하층민들은 데비의 철저한「인기관리」와데비를 영웅적으로 묘사한 영화.소설 때문에 그녀를「투사」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데비는 자신이 도적떼에게 납치당해 어쩔 수 없이 이들을 따라다니게 됐으며 과거 자신의 범죄행위가『하층민들을 착취하는 소수 지주계급들에 대한 응징』이었다고 강조했다.
데비의 과거에 대한 진실이 어떻든간에 인도의 카스트 제도하에서 그늘진 삶을 살아오던 하부계급은 데비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그녀가 가는 곳에는 항상 수많은 인파가 운집하고,탄띠와 총을 메고 있는 그녀의 인형은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다.
〈李碩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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