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 우즈벡전 동점 헤딩골 이상호 "그라운드가 좁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프로축구 울산 현대에서 이천수(26)는 '프리 롤(free role)' 선수다. 윙포워드로 뛰지만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게 이천수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상대 수비에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이천수 급' 대접을 받는 선수가 이상호(20.사진)다. 그는 이천수가 대표팀 차출이나 부상으로 빠질 경우 주로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하지만 역시 측면과 중앙, 전방과 미드필드를 오가며 마음껏 플레이를 한다. 울산 김정남 감독은 "상호는 기동력이 좋고 다양한 공격 전술을 소화할 수 있어 프리 롤을 준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박성화 호'에서도 이상호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이상호는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6분 한동원(성남)과 교체 투입됐다. 전반 내내 단조로운 측면 공격에만 치우치던 한국은 이상호가 들어가면서부터 중앙 공격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상호는 후반 27분 김승용의 프리킥을 앞선에서 끊어먹는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후 한국은 중앙과 측면이 동시에 살아나면서 이근호(대구)의 결승골로 역전승을 거뒀다.

박성화 감독은 이상호에 대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재능이 많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상호는 빠르고 기동력이 좋으며, 공간을 만들어 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키(1m73cm)는 크지 않지만 타이밍 포착이 좋아 헤딩 골도 잘 넣는다.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예선 최종전 폴란드전에서 0-1로 뒤지자 최전방으로 나가 동점골을 잡아내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이상호를 처진 스트라이커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쓸 생각이다. 이상호는 "특별히 선호하는 자리는 없다. 공격적인 포지션이라면 어느 위치라도 상관없다"며 주전 확보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