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vs 이해찬 '대리접수'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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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대리 접수를 허용해) 구태정치를 되살리겠다는 건가."(유시민 후보)

"불리하다고 합의 사항을 깨는 것이냐."(정동영 후보 측 정청래 의원)

22일 대통합민주신당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룰'을 놓고서다. 민주신당은 ▶선거인단 대리 접수 ▶본 경선(9월 15일~10월 14일)에서의 여론조사 도입 ▶모바일(휴대전화) 투표 등 세부 규칙을 놓고 후보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선거인단을 둘러싼 싸움이 치열하다. 다음달 3~5일 치러지는 예비 경선(컷오프)은 선거인단(1만 명)과 일반 국민(24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이다. 본 경선에선 200만~300만 명 규모의 선거인단이 직접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한 후보일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조직력이 열세인 후보들은 "선거인단 대리 접수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리 접수가 허용될 경우 조직을 동원한 대량 접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찬.유시민.한명숙.신기남 등 친노 후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예비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오전 긴급 회동에서 "대리 접수 방지책이 나올 때까지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네 후보는 작심한 듯 "당에 망조가 드는 중대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이해찬), "모든 주자가 공도동망(共倒同亡.함께 넘어지고 함께 망함)하는 비운을 초래할 수 있다"(유시민), "경선 자체가 파국으로 갈 위험성이 있다"(한명숙), "조직과 돈이 개입하기 쉬운 대리 접수를 제한해야 한다"(신기남)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친노 후보들의 버티기는 이날 오후 국민경선위원회가 '선거인단 인터넷 접수 시 휴대전화 인증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수정안을 내 가까스로 봉합됐다. 네 후보는 마감시간인 오후 6시쯤 후보 등록을 했다. 이로써 11명의 예비 경선 후보가 확정됐다.

정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정청래 의원은 "축복 속에 치러야 할 경선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중단하라"며 "기존 합의를 깨는 어떤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대리 접수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것을 예고하는 말이다. 또 본 경선에 여론조사를 도입하는 문제도 풀어야 할 난제다. 정동영 전 의장과 손학규 전 지사의 갈등이 커졌다.

정청래 의원은 "여론조사를 통해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이명박 식 사고"라고, 손 후보 측 설훈 상황실장은 "대선은 전체 국민이 참여하는 것이므로 경선에 일반 여론조사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컷 오프(예비경선) 참여자=김두관, 손학규, 신기남, 유시민, 유재건, 이해찬, 정동영, 최병례, 추미애, 천정배, 한명숙(11명.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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