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장점 따라 분 민심 순풍, 언제 역풍으로 바뀔지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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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나선 후보의 장단점은 선거 캠페인의 효과나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장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고 거꾸로 단점이 장점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의 군 복무 문제가 대표적이다. 군 복무 문제가 제기됐던 부시와는 달리 케리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훈장까지 받은 뛰어난 군 복무 경력을 갖고 있었다. 그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면서 정치적으로 부시를 압박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유세 중반 다른 참전 용사들이 베트남전에서 케리의 역할이 과장됐다고 반박하고 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우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비판하면서 케리의 지지도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케리의 장점이 단점으로 뒤바뀐 순간이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1997년 대선에 출마한 김대중(DJ) 후보는 대선 4수생이었다. 대권병자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DJ는 자신의 이러한 단점을 외환위기라는 국난을 뚫고 나갈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유권자들을 설득했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면서 이명박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경제회복이라는 어젠다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과 그의 정책적 입장이 이념적이라기보다 실용적이라는 사실은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넘어서는 폭넓은 지지 기반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이 후보의 장점은 상황에 따라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이 후보 지지의 폭은 넓고 다양하지만 그런 만큼 지지자들의 충성심이나 결집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과거 DJ나 YS(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정치적으로 역풍이 부는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줬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심각한 의혹이나 스캔들이 터지게 되면 지지율은 순식간에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

이 후보의 노선이 실용적이라는 점도 이 후보가 선출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대북 정책이나 안보 문제처럼 한나라당이 이념적으로 예민하게 생각하는 이슈가 뜨거운 논쟁이 되는 상황이 되면,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와 이 후보의 실용성에 끌린 지지자들 사이의 상반된 요구에 직면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엄청난 재산가이지만 사람들이 이 후보를 특권층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화려한 학벌.경력.가문 등으로 인해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저항감을 불러일으킨 반면 이 후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했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때때로 이 후보의 언어나 행동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품격과 진중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선거에서 후보의 장단점은 어느 한 면만을 믿고 마구 휘둘러댈 수 없는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다. 대권을 향한 진정한 다툼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보는 까닭도 바로 이러한 양면성 때문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 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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