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Q. 재할인금리가 뭐기에 금융시장 쥐락펴락하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을 말합니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의 중앙은행이랄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금리를 6.25%에서 5.75%로 0.5%포인트 내렸고, 그 덕분에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재할인금리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을까요.

◆재할인제도가 뭐지?=은행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앙은행도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해 줍니다. 이게 재할인제도입니다. 엄밀히 말해 중앙은행 대출제도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를 왜 재할인제도라고 부를까요. 그건 이 제도 도입 초기에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기업에 할인해 준 어음을 다시 할인해 사들이는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재할인금리 역시 어음의 재할인과 무관하게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말합니다. 재할인율을 낮추면 이자가 낮아지므로 중앙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이 많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시중에 자금이 많이 늘어나게 됩니다.

재할인제도(이하 중앙은행 대출제도)는 한동안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일상적인 영업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은행이 스스로의 힘으로 필요한 돈을 구하기 어려울 경우 마지막으로 손을 벌리는 창구 성격이 강합니다.

1999년까지 FRB는 금리 인상이나 인하 등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연방기금 목표금리와 재할인금리를 동시에 조정했습니다. 90~99년 35번의 금리 조정 가운데 재할인금리까지 함께 변경해 시장에 강한 신호를 준 경우는 모두 16번 있었습니다. 참, 연방기금 목표금리(이하 정책금리)는 은행들끼리 단기간에 돈을 빌려주고 받을 때 적용하는 금리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콜금리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바뀌었습니다. 시중은행에 대한 중앙은행 대출이 크게 늘어나자 금융기관의 필요에 따라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지요.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미국 중앙은행 대출제도=현재 FRB의 중앙은행 대출제도는 크게 제1신용대출과 제2신용대출, 계절신용대출, 그리고 긴급신용대출로 구분됩니다. 제1, 2 신용대출은 금융기관의 부족한 자금을 지원해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대출제도입니다. 제1신용대출은 일반적으로 은행과 같은 우량 금융기관들이, 제2신용대출은 제1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비은행권 금융기관들이 이용합니다.

규정상 제1신용대출 금리는 정책금리보다 1%포인트, 제2신용은 1.5%포인트 높게 유지됩니다. 예컨대 현재 정책금리가 5.25%이므로 규정상 제1신용대출 금리는 자동적으로 6.25%가 적용되는 것이지요.

단, 위기 시에는 이 금리 차를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바로 이번 FRB의 재할인금리 인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FRB는 이번에 제1신용대출 금리를 6.25%에서 5.75%로 낮췄습니다. 2003년 제도가 바뀐 후에 재할인금리 인하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나머지 대출제도도 알아볼까요. 계절신용대출은 계절적으로 돈이 필요한데 단기금융시장에서 돈을 구할 수 없는 소규모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제도입니다. 긴급신용은 기업의 연쇄부도와 같은 경제에 심각한 혼란이 있을 때 개인.단체.기업에 FRB가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 이후 실제로 이뤄진 적은 없다네요.

◆한국은행의 대출제도=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의 중앙은행 대출제도는 그 나라가 키우려는 특정산업에 한해 금리나 대출한도를 우대해 주는 수단으로 이용됐습니다.

한국은행의 대출제도도 원래의 기능인 통화를 조절하는 수단보다는 특정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의 창구로 활용됐습니다. 시중은행이 전략산업에 돈을 빌려주면 한국은행은 그 돈의 일부를 낮은 금리로 은행에 꿔주는 식이지요. 문제는 이렇게 하면 돈이 시중에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또 금리도 낮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고정되고 대출 규모도 한국은행의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돼 통화정책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90년대 이후 한국은행 대출제도가 지나치게 정책금융 위주로 흐른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한국은행은 94년 제도를 전면 재정비했습니다. 정책금융을 줄이고 통화 조절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총액한도대출제도는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전체한도(총액한도)를 미리 정하는 방식입니다. 전에는 한국은행이 수동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으나 총액한도대출제도 아래서는 주도적인 입장에서 대출 규모와 대상을 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안혜리 기자, 도움말=한국은행 성상경 차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