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몫 쏙뺀 이유 뭘까/의문점 많은 재산변동 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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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가 “하나도 안바뀌었다” 아리송/“진짜 저축해 늘었는데…” 해명 진땀
입법·사법·행정부의 공직자윤리위는 재산변동을 신고한 공직자 1천1백43명에 대해 2일부터 3개월간 실사를 벌인다.
재산변동을 조사하면 밝혀질 의혹점이 여러가지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아무리 봉급저축·예금수익이라고 하지만 7개월사이에 어떻게 수천만원씩 늘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민이 보기에 공직자들은 축재에 관한한 「귀신잡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라는 비꼼도 있다.
또 변동이 없다고 주장한 20%에 대해서도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있고 부모·자식의 재산 고지를 거부한 이들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회창 국무총리를 비롯해 공직자중에는 봉급저축으로 재산이 늘었다고 신고한 사람들이 많다.
청와대의 모수석비서관은 2일 『진짜 봉급을 저축해 늘었는데도 주변에서는 따가운 눈초리로 보는 것 같다』고 불안(?)해 했다.
관보에 따르면 김승호 주리비아대사는 은행예금 5천6백28만원 증가의 변동사유를 「월급저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관보에 나타난 「월급저축」 사유만으로는 『도대체 월급이 얼만데…』라고 의심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정부공직자윤리에 따르면 공직자들은 재산변동 사유를 서식에 따라 상세히 제출했을 여러 이유중 대표적인 것만 관보에 게재됐다는 것이다.
신고자들은 부동산은 등기부등본,예금은 예금통장사본·잔고증명,주식은 잔고증명서를 별도로 첨부했기 때문에 재산변동의 명세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윤리위는 설명하고 있다.
윤리위 관계자들은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사유서를 보면 납득할만한 재산증식 이유가 다 있더라』며 『재산변동조사를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 부정수입을 재산에 집어넣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시각이다.
○…변동이 없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 윤리위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가족중 소유자별로 1천만원 미만의 예금은 신고하지 않아도 되도록 되어있어 소액예금 이자증가 등은 빠졌다는 것이다.
반대로 갑자기 예금이 늘어난 경우는 등록때(지난해 7월)는 1천만원 미만이었다가 변동신고기준일(지난해 12월31일)에는 1천만원을 초과해 큰 덩치로 새로 등록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물의를 빚을까봐 재산이 변동되지 않게끔 재산을 관리한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여 엄격한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고지거부」가 부정한 수입의 탈출경로로 이용될 가능성을 윤리위도 인정하고 있다.
직계존비속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 재산등록·변동의 고지를 거부할 수 있어 직계존비속 쪽으로 돈을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윤리위는 이 가능성의 폭을 좁게 판단한다. 『뺀돌리려 마음먹으면 직계존비속 말고도 친척을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결국 금융실명제나 재산등록·공개같은 큰 틀로 부정을 막으면 되지 이 정도의 미세한 틈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윤리위는 보고 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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