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과 1년째 싸우는 파바로티 "병세 호전 … 종교음악 녹음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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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전야제 중 마지막 무대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72·사진)가 장식했다.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성악가인 파바로티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를 부른 후 관중 3만5000여명의 길고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이날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이 아리아의 조를 바꿔 낮은 음으로 불렀다. 좋지 않은 건강 상태를 보여준 이 무대는 현재까지 파바로티의 마지막 공연으로 남아있다.

투병 중인 파바로티가 다시 노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7월 그는 췌장암 수술을 위해 뉴욕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한달 만에 병원을 나온 파바로티는 이탈리아의 일간지 ‘일 메사게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서는 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없다. 다만 암과 차근차근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6개월 동안의 화학치료가 뒤따랐고 이후 “악성 폐렴이 겹쳤다”는 등의 관측이 이어졌다.

이달 7일 파바로티는 고향인 이탈리아 모데나의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매니저 테리 롭슨은 “암 수술 후 받던 정기적인 검사에서 고열이 발견돼 입원했으며 현재는 상당히 호전됐다”고 전했다. 롭슨은 “종교음악 녹음을 준비 중이며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병원을 빨리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확한 퇴원 날짜와 음반 발매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파바로티의 건강 문제는 2005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경추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같은 해 6월 후두염 때문에 멕시코에서의 쓰리테너 콘서트를 취소한 이후 2006년 신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회복을 반복하면서 미국·캐나다·영국 등에서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보통 성악가들은 40~50세가 되면 은퇴하지만 파바로티는 이를 훌쩍 넘겼다.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는 “그가 적당한 시기에 은퇴했더라면 더 아름다웠을 것”이라며 “암 때문에 노래하지 못하게 된다면 음악 애호가들에게 큰 슬픔이다”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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