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이길 사람 나뿐" 불붙은 범여권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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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끝나긴 했지만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사생결단 그 자체였다. 이어서 치러질 범여권 경선도 물고 물리는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모양이다. 20일 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으로 올해 대선이 양자 대결로 갈 개연성이 커졌기에 더욱 그렇다.

열린우리당을 흡수하는 형식의 대통합민주신당 태동은 올 연초부터 난무해 온 '기획 탈당' '각개약진 후 재통합' 등 생소한 정치공학적 용어의 귀착점이다. 동시에 범여권 예비 주자 누구에게나 후보가 되는 순간 "반한나라당 표는 내게 모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능케 한다. 즉 예선만 통과하면 본선은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란 것이다. 이러니 지지율 1% 미만이어도 누군들 뛰어들고 싶지 않겠는가. 더구나 앞서가는 후보라고 해봐야 10%에도 못 미치고 있지 않은가.

최근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의하면 여야의 일대일 맞대결 시 지지도는 한나라당 후보 68.7%, 범여권 후보 18.9%로 한나라당 쪽이 범여권의 3.6배를 넘고 있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53.7%, 범여권은 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을 합쳐 10.8%다. 이 추세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범여권이 10년 정권을 거저 내줄까. 당장은 경선에서 선거 동력을 찾으려 할 것이다. 국민의 시선을 끌기 위해 그들끼리 더욱 세게 맞붙을 수밖에 없다.

범여권은 민주당을 제외한 채 경선체제에 돌입했다. 1차 관문은 다음달 초로 예정된 '컷오프(예비경선)'다. 앞선 주자는 기선 제압을 위해, 군소 주자는 생존을 위해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일 것이다. 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이미 예고됐다. 친노 예비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정동영.천정배 양 후보는 5.18 정신과 짝퉁 논쟁을 내세워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손학규 후보의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 또 다른 이슈까지 가세하고 있다. 2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가 그것이다. 비록 10월로 연기됐지만, 범여권의 모든 후보가 북한 이슈를 자신만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선명성 경쟁에 돌입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슈는 당연히 본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제' 이슈화에 대항해 '평화'와 '남북 화해'란 상품을 들이밀기 위해서다.

20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17대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제부터 10월 중순까진 범여권 내부 경선이란 더 격렬한 싸움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경선 이후 이 후보가 더욱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범여권 대선 후보들은 다들 "내가 나서면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안부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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