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기술.여론서 우위 평가-2通의 포철 선정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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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치앞을 예상할수 없을 정도로 혼전을 거듭하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문제가 마침내 浦鐵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그동안 기술심사등을 통해 浦鐵의 우위가 다소 점쳐지기도 했고이때문에 浦鐵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지만 28일 浦鐵을 제2이동통신 주도사업자로 선정키로 한 全經聯회장단의 방침이 결정되기까지 상당한 우여곡절을 거쳤다.
체신부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全經聯에 의뢰했을 때는 이동통신사업의 민영화 목적을 깔고 있었고 이에따라 사업자선정에는 순수민간기업 위주의 결정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이때문에 공기업 성격의 浦鐵로서는 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하는데 다른 순수 민간기업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全經聯회장단이 浦鐵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선정에 따른 향후 구설수나 반발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해야할 국책사업이 全經聯에 주어진 이상 이를 큰탈없이 마무리지어야 재계의 위상을 높이고 향후 전개될 공기업 민영화 작업에서도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浦鐵이 되면 여론에 사흘동안 두들겨 맞고 코오롱이 되면 열흘을 맞는다』는 全經聯 曺圭河부회장의 말대로 그동안 浦鐵은 여론측면에서 코오롱에 비해 다소 우위였다.
지난 92년 체신부 심사당시 浦鐵은 鮮京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鮮京의 사업권반납이후에는 적극적인 준비작업을 벌여 이번 기술심사에서도 코오롱에 비해 다소 우위로 평가받았다.
또 浦鐵은 상대적으로 큰 기업규모 때문에 자금력부문에서도 우위인 것으로 비쳐졌다.
아울러 주식의 50%가 국민소유인「국민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수많은 소액주식투자자들이 여론형성의 원군으로 등장했다.
더구나 지난23일 일부언론들이「浦鐵내정說」을 보도함으로써 浦鐵선정은 많은 국민들에게 거의 기정사실로 인식되게 됐다.
이런 와중에서 全經聯회장단이 코오롱을 선택할 경우 여론이 옳든,그르든『일반적인 여론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비껴나갈 수가 없고 심지어『최고위층과 같은 어떤 변수에 의해 막판 뒤집기가 일어났다』는 의혹으로 확대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또 같은 재계라고는 하지만 코오롱의 급성장 가능성에 대한 중하위그룹 회장단들의 견제심리와 浦鐵과 엄청난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입장도 어느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주위의 관측이다.
이같은 상황들 때문에 全經聯은 공기업 민영화라는 흐름과 재계의 입장을 떠나 결국 코오롱에 상대적으로 높은 지분을 주되 주도사업자는 浦鐵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는 崔鍾賢 全經聯회장과 曺圭河부회장의 입장은『누가 돼야 하는가』에서『누가 되든지 좋게 끝나야 한다』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으로 모든 것이 좋게 마무리 되는 것만은 아니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사회문제화가 되고있는 마당에 이제 이동통신까지 쥐어 덩치가 더욱 커진 浦鐵을 어떤 형태로 존속시켜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그리고 그동안 나름대로 높은 경영효율을 보여오기는 했으나 지금까지 원자재만을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해 온 탓에 對소비자 접촉경험이 부족한 浦鐵이 가장 고객지향적이어야 하는 통신서비스사업을 제대로 수행해나갈수 있는가도 지적되는 부분이 다.
또한 코오롱이 일단 승복한다고는 하지만 浦鐵이 20%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코오롱을 비롯한 여타 주주들을 얼마나 잘 다독거려 가며 제대로 경영권을 행사할지도 주목대상이다.
결국 앞으로 제2이동통신이 걸어가야 할 길은 그동안의 궤적이보여줬던 만큼 험난함이 예고되고 있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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