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기술·여론서 우위 평가/「2통」의 포철 선정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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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재계의 코오롱 견제심리도 작용/대고객 서비스·경영권행사 숙제
한치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혼전을 거듭하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문제가 마침내 포철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그동안 기술심사 등을 통해 포철의 우위가 다소 점쳐지기도 했고 이 때문에 포철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지만 28일 포철을 제2이동통신 주도사업자로 선정키로 한 전경련 회장단의 방침이 결정되기까지 상당한 우여곡절을 거쳤다.
체신부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전경련에 의뢰했을 때는 이동통신사업의 민영화 목적을 깔고 있었고 이에따라 사업자 선정에는 순수민간기업 위주의 결정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공기업 성격의 포철로서는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하는데 다른 순수 민간기업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 회장단이 포철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선정에 따른 향후 구설수나 반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해야할 국책사업이 전경련에 주어진 이상 이를 큰탈없이 마무리지어야 재계의 위상을 높이고 향후 전개될 공기업 민영화 작업에서도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포철이 되면 여론에 사흘동안 두들겨 맞고 코오롱이 되면 열흘을 맞는다』는 전경련 조규하부회장의 말대로 그동안 포철은 여론측면에서 코오롱에 비해 다소 우위였다.
지난 92년 체신부 심사당시 포철은 선경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선경의 사업권 반납 이후에는 적극적인 준비작업을 벌여 이번 기술심사에서도 코오롱에 비해 다소 우위로 평가받았다.
또 포철은 상대적으로 큰 기업 규모 때문에 자금력 부문에서도 우위인 것으로 비쳐졌다.
아울러 주식의 50%가 국민소유인 「국민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수많은 소액주식 투자자들이 여론형성의 원군으로 등장했다.
더구나 지난 23일 일부언론들이 「포철내정설」을 보도함으로써 포철선정은 많은 국민들에게 거의 기정사실로 인식되게 됐다.
이런 와중에서 전경련 회장단이 코오롱을 선택할 경우 여론이 옳든,그르든 『일반적인 여론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비껴나갈 수가 없고 심지어 『최고위층과 같은 어떤 변수에 의해 막판 뒤집기가 일어났다』는 의혹으로 확대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또 같은 재계라고는 하지만 코오롱의 급성장 가능성에 대한 중하위그룹 회장단들의 견제심리와 포철과 엄청난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입장도 어느정도 반영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주위의 관측이다.
이같은 상황들 때문에 전경련은 공기업 민영화라는 흐름과 재계의 입장을 떠나 결국 코오롱에 상대적으로 높은 지분을 주되 주도사업자는 포철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는 최종현 전경련회장과 조규하부회장의 입장은 『누가 돼야 하는가』에서 『누가 되든지 좋게 끝나야 한다』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으로 모든 것이 좋게 마무리 되는 것만은 아니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사회문제화가 되고 있는 마당에 이제 이동통신까지 쥐어 덩치가 더욱 커진 포철을 어떤 형태로 존속시켜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그리고 그동안 나름대로 높은 경영효율을 보여오기는 했으나 지금까지 원자재만을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해 온 탓에 대소비자 접촉경험이 부족한 포철이 가장 고객지향적이어야 하는 통신서비스 사업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 있는가도 지적되는 부분이다.
또한 코오롱이 일단 승복한다고는 하지만 포철이 20% 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코오롱을 비롯한 여타 주주들을 얼마나 잘 다독거려 가며 제대로 경영권을 행사할지도 주목대상이다.
결국 앞으로 제2이동통신이 걸어가야 할 길은 그동안의 퀘적이 보여줬던 만큼 험난함이 예고되고 있다.<이효준기자>
◎체신부 입장/빠르면 50일내 사업자허가/전경련결정 수용… 내달중 선정공고/컨소시엄 결격 사유땐 늦어질 수도
체신부는 28일 전경련에서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포철을 선정한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전경련의 공식통보를 받는대로 빠르면 50일 이내(4월 중순경),늦어도 6월말까지는 사업자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체신부는 이인표 통신정책 심의관은 『전경련이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체신부는 전경련의 결정을 적극 수용해 빠른 시일내에 법적절차를 거쳐 사업자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체신부는 제2사업자가 95년 사업개시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3월중 제2이동전화 사업자 선정공고를 내고 접수를 마감한뒤 4월 중순까지는 심사평가와 허가서 교부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포철을 지배주주로 한 컨소시엄 이외에 다른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등록하거나 포철컨소시엄이 결격사유에 걸리는 이변이 발생할 경우에는 심사평가에서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관계자는 전한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18조에 나와있는 특정 통신사업자의 결격사유에는 ▲외국인 관련 주식이 3분의 1 이상이거나 통신설비 제조업체의 주식이 10% 이상인 경우,금치산자가 대표인 경우 등으로 돼 있다.<이원호기자>
◎2통사업 추진 일지
▲89.3. 정부 「정보통신발전 협의회」 구성
▲90.7. 정부 통신사업구조 조정안 확정
▲91.7. 국회 「전기통신기본법,사업법 개정안」 통과
▲92.4.14 제2이동통신 사업허가 신청요령 공고
▲ 6.26 선경·동부·동양·쌍용·포철·코오롱 사업허가 신청서 접수
▲ 8.20 체신부 2통사업자 선경으로 선정
▲ 8.26 선경 특혜시비속 허가권 반납
▲ 8.28 체신부 사업자선정 차기정부 이양발표
▲93.6. 정부 2통 사업자선정일정 발표
▲ 11.25 데이콤주식 매각완료,동양 최대주주로 부상
▲ 12.10 체신부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제2이동통신과 연계,제2이동통신 전경련에서 단일컨소시엄 구성 결정
▲ 12.30 체신부 전경련에 제2사업자 선정 공식의뢰
▲94.1.7 전경련 회원사에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설문조사 실시
▲ 1.11 한국이동통신 주식매각 공고
▲ 1.15 전경련 회장단 승지원 첫 회동
▲ 1.17 선경 2통 포기·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키로,쌍용 경쟁 포기
▲ 1.24 동양 지배주주 경쟁포기,아남·영풍·건영·삼환·금호 등 2통 신규참여 선언
▲ 1.28 한국이동통신 대주주 선경결정
▲ 2.3 전경련 2통 단일컨소시엄 신청서 접수
▲ 2.14 전경련 코오롱·포철·금호대상 합동서류·면접조사 시작
▲ 2.18 코오롱,포철 주도사업자 선정 자율조정 협상 시작
▲ 2.22,23 전경련회장단 승지원 연쇄회동
▲ 2.28 전경련회장단 공식회의 주도사업자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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