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옐친” 한목소리… 태풍의 눈/석방보수파 행로와 러정국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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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헌법개정·조기 대선요구로 강한 도전의사
러시아 두마(하원)의 석방결의로 지난 26일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전 최고회의 의장과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전 부통령 등 지난해 10월 무장봉기 사태의 주모자들이 모두 석방됨에 따라 이들의 거취가 향후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들의 사면이 내전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들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필사적인 복수전을 기도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 정국은 수습불능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와관련,상트 페테르부르크 인근에서 26일 개혁파인 아나톨리 소브차크 시장의 암살을 기도하려던 테러단을 적발했다고 경찰당국이 밝혀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하스불라토프 등은 26,27일 잇따라 기자회견 등을 갖고 『이번 석방에 대해 정부측에 눈꼽만큼의 감사의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한결같이 밝혔다.
하스불라토프는 이날 정치은퇴를 선언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비록 그가 진정으로 정치의장에서 은퇴하고 싶어도 출신지인 체첸공화국과 남부 카프카스 산맥지역의 정세가 중앙정계에 발이 넓고 기반을 갖고 있는 그를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감옥생활동안 얻은 심장병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당분간 휴식을 취한뒤 기회를 봐 언제든지 정계로 복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해 10월 사태 이전까지만해도 러시아 중도파와 민족주의 세력들에 의해 옐친을 대체할 유일한 지도자로 추앙받던 루츠코이는 석방되자 마자 자신의 지지세력들을 규합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재개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96년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것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번에 출옥한 보수파들과 두마내의 보수파들이 신헌법을 개정할 것과 대통령선거 조기 실시 등을 재차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개혁파들은 여전히 옐친 개인의 인기와 지도력에만 기댄채 분열상만을 노출하고 있어 러시아 정국은 쉽게 수습할 수 없는 위기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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