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DTV 한발 앞선 디지틀방식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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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자기술의 최첨단인 高畵質(HD)TV에 관한한 한국은 모범생으로 꼽힌다.
정부와 국내업체는 HDTV사업 1년만인 91년부터 디지틀 방식으로 전환,지금까지 한우물을 판 끝에 지난해 7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HDTV수상기를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런 한국의 위치는 지난 22일 일본 우정성이 HDTV 송수신방식을 애널로그에서 디지틀 방식으로 전환하다고 발표한뒤 다시하루만에 이를 번복,갈팡질팡하고 있는 일본과 뚜렷이 비교된다.
또 유럽연합도 유럽형 애널로그방식에 투입한 엄청난 재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지난해 6월 통신장관회담에서 디지틀방식으로 방향을바꾸었다.
이에따라 국내업계는 그동안 1천억원 이상 중복투자의 낭비를 막았다. 특히 96년 본격방송을 앞두고 시간절약을 통한 HDTV시장 선점이라는 값으로 따질수 없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업체들의 이같은 HDTV에 대한 고도의 전략이 성공한 배경에는 치열한 정보戰과 함께 在美교포인 과학자 두명의 적지않는 도움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MIT대 임재수교수와 美제너럴인스트루먼트(GI)사에 근무하고 있는 백우현박사.40대중반으로 MIT大 출신인 이들은 미국에 건너가 80년대 중반부터 이미 영상및 음성신호에서 세계적 전문가 위치를 구축했다.
이들은 지난 91년 GI社가 세계 처음으로 디지틀방식을 제안했을 때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고 미국의 HDTV방식을 결정짓는 美연방통신위원회(FCC)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로꼽히고 있다.이들은 따라서 우리측 HDTV 개발 관계자들에게도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고 생산기술연구원과 삼성전자.금성사등의 고위 간부들은 미국을 찾을 때마다 이들과 만났다.
두사람은 이들에게『콤팩트디스크(CD)로 80년대가 음성의 디지틀化시대였다면 90년대는 영상이 디지틀化한다』며 『지금은 디지틀 영상이 군사용에만 쓰이고 HDTV에서도 일본의 애널로그방식이 앞서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
이들은 특히 『엄청난 양의 정보가 오고가는 정보고속도로등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정보단축 기능이 가능한 디지틀 방식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설득,국내기업들이 한발앞서 애널로그방식을 포기하고 디지틀化라는 미국 HDTV 개발과정의 깊숙한 흐름을 읽게하는데 큰 몫을 했다.
삼성전자가 美GI社와 제휴하고 금성사가 HDTV기술을 겨냥해제니스社의 지분을 인수하게 된 것도 회사 고위층이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디지틀방식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在美 두 과학자는 물론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그리고 우리도 처음에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들을 스카웃할 생각을 했다.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들이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에있고 또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인연으로 그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것이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한다.』 관련업계 고위관계자의 술회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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