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근로자 발암물질에 노출/염색·섬유·석면 취급업체 대부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유해물질 허가 없이 사용/산업안전공단 조사/보호장구 안쓰고 작업도
염색·페인트·석면 등 화학물질을 제조·취급하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10만여명이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약 3만여종으로 이중 9천7백여종만이 유해성 여부가 확인됐으룬 나머지 2만여종은 유해성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되고 있어 사실상 근로자들이 직업병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5일 한국산업안전공단(이사장 최승부)에 따르면 발암가능성이 높은 석면·벤지딘 염산염 등 9개 「제조·사용허가 유해물질」을 다루는 업체 대부분이 기술검토 및 안전점검도 없이 발암성물질을 다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측은 업종 특성상 하도급과 동업조합 가입이 많지않아 정확한 근로자 숫자가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영세 염색·섬유·직물공장 등 이들 물질을 다루는 회사 및 하도급업체 근로자,군소 석면취급업체 근로자 등 모두 10만여명이 발암성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9개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허가와 함께 근로자에게 방독면이나 마스크·보안경을 사용하도록 하고 사업장에는 배기·환기시설 등 안전한 시설·설비를 갖추도록 되어있으나 지난해 연말까지 58개 업체만이 사전에 기술검토를 실시했을뿐 대부분의 업체들이 허가조차 받지 않고 기초적인 보호장구 조차 착용하지 않은채 근로자들이 유해물질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58개 업체도 공단에 의뢰했던 5백28건의 유해물질에 대한 기술검토 결과 45.5%인 2백40건만이 적정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유해물질 사용 근로자들이 암 등 직업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해화학물질 9종중 국내 사용빈도가 가장 많은 크리소타일 석면은 입방㎝당 석면섬유 2개,아모사이트는 0.5개가 허용기준이며 이 이상의 농도에서 근로자가 하루 8시간 근무할 경우 페암이나 악성 종피종 등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학계에 보고돼있다.<김우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