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풍물놀이 복원 아쉽다-우리마당 풍물놀이 주제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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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흥과 신명으로 과거 우리민족이 공동체적 의식과 단결력을 이어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풍물놀이.
흔히 농악이라 불리는 풍물놀이는 그같은 특성때문에 일본침략기.근대화.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 많은 굴절을 겪었다.농악이란 엉뚱한 이름도 일제 식민당국이 우리 민족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당시 사회계급적으로 천시받던「농민들의 음악」이란 뜻으로 붙인 것이다. 이처럼 왜곡된 풍물놀이를 복원.발전시켜 올바른 위상을찾아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2일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장에선「풍물놀이의 나아갈 길」이란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민족문화 복원단체인 우리마당이 주관하고 국악의해 조직위원회가후원한 이 세미나에는 신용하.심우성.이보형.김배달.김동원.김현숙씨 등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70년대말부터 풍물놀이를 대신하다시피해온 사물놀이에 대한 평가와 아울러 남북통일을 위한 통일문화로서 풍물놀이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풍물놀이의 바람직한 전승을 위하여」라는 주제발표를 한 문화평론가 김배달씨는『사물놀이가 풍물놀이의 실내음악적 형식이라는 측면은 인정하지만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정권유지적 문화정책으로 활용되었다는 비난도 피할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풍물놀이를 실내로 끌어들임으로써 풍물에 담긴 공동체문화로서의 특성을 사장시켰다는 것이다.
사물놀이라는 말은 지난 78년 김덕수씨등 4명의 젊은이가 소극장 공간사랑의 초청을 받고 공연하면서 집단 이름을 사물놀이패라고 부른데서 비롯됐다.
단순히 새로운 놀이형식을 만든 한 집단의 고유명사이던 것이 열악한 국악교육환경과 시대적 상황때문에 현재는 보통명사화돼 간혹 풍물놀이와 혼용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김배달씨는『이제는 풍물놀이도 현대산업사회의 생활방식에 맞게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며 한 예로 풍물놀이를 운동회.야유회의 놀이판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협화정신이 두드러지는 풍물놀이가 남북분단의 벽을 뛰어넘는 통일문화로서도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덕수씨가 조직한 사단법인 사물놀이 한울림에서 사물놀이 연구와 교육을 맡고 있는 김동원씨는 사물놀이의 뿌리가 풍물놀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예인유랑집단인 남사당의 예인정신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78년 옛날과 같은 놀이판이 벌어지지 않던 상황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낀 남사당후예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남사당의 기예를 이 시대에 맞게 재해석,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이어「대학가 풍물놀이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 발표에 나선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김현숙씨는 지난 70,80년대 대학가에 민족문화복원운동이 확산됐지만 풍물의 경우 음악과 춤이 위주가 되는 기량적 한계 때문에 창작이 활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학 풍물놀이패의 발전을 위해서는 원형보존보다는 새로운가락이나 구성을 추구하고,공연형태의 다양화를 통해 관객의 직접참여를 유도하는 등 실험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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