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산다>15.이천군 설성국교 시골선생님 이길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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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제 대도시에서의 생활은 편리함보다 불편함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농촌에 정착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와 충북이 만나는 이천군에서도 오지인 설성면제요리의 설성국교 李吉雨선생(30)은 서울 관악고를 나와 인천교대를 졸업한 서울토박이다.하지만 그는 대학졸업후 첫 임명지인 이 학교에서만 줄곧 6년째 근무하고 있다.일반적으로 농촌학 교에서는 1~2년 근무하면 다른 도시학교로 전근가는 것이 관례다.대부분의 교사들이 도시학교를 선호하는 것이 세상물정인데 비해 그는 이 농촌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로 작정,아예 다른 곳으로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농촌학교의 소박함과 농촌생활에 정이 들어 도시로 갈 생각을 포기한 젊은 교사다.
『도회지 아이들과는 달리 소박하고 구김살없이 자라나는 농촌 아이들의 모습에 정이 듬뿍 들어 다른 곳으로 갈수 없었습니다.
』 그는 일과시간을 끝내고 나면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모아 컴퓨터교육을 시킨다.도시와는 달리 학원이 없는 이 마을에서는 李교사의 컴퓨터교육이 유일한 과외수업이다.『농촌의 학부모들은 일손이 바쁘기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에 세 심한 배려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따라서 농촌학교의 역할은 도시학교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도시에 비해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도시로 떠나는 집이 늘면서 갈수록 학생수가 줄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설성국교의 경우 한때 7백여명이던 학생수가 이젠 1백70여명으로 줄었다.그는 학교에 딸린 관사에서 생활한다.그의 아 내 金善娥씨(30) 역시 이 마을 출신으로 서울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전원이 그리워 귀향,다시 농촌생활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李씨 부부는 학교 운동장 옆에 있는 터밭을 가꿔 가을 김장을 하고,공해없는 채소를 직접 키워 반찬을 장만한다.李씨는 방학때면 아예 농사꾼으로 변한다.여름방학때는 동네 일손이 부족한농사철이라 그저 뒷짐지고 있을순 없기 때문이다.겨 울방학때도 그는 비닐하우스 만드는 일이나 과수를 돌보는 일을 거들다 보면어느새 지나고 만다고 한다.대학시절 여름방학때 농촌봉사활동을 한 것이 농사일의 전부지만 이제 제법 한몫 거들 수 있게끔 손에 익었다.
『무엇보다 공기가 좋고 물맛이 그만입니다.농촌의 인심은 아직도 후하기 그지 없지요.』 그는 시시때때로 거둔 곡식이나 과일을 서로 나눠 먹으면서 한 가족처럼 사는 농촌생활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고 자랑한다.그는 농촌이 갈수록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노령화되고 있지만 풍경만큼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푸근 하단다.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논두렁과 밭두렁에서는 매콤하지만 구수한 연기가 타오르고,학교 정문옆 우물가에서는김이 무럭무럭 나는 우물물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손빨래를 하는 정겨운 모습을 아직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농촌이다.
1남1녀를 둔 그는『자식들에게도 농촌의 아름다운 정서와 자연의 섭리를 심어주고 싶다』며『농촌의 꿈나무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들이 훌륭한 재목으로 성장하도록 잘 가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利川=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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