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집중호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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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지역에 심각한 수해가 발생한 것은 8~12일 닷새 동안 1년 강수량의 절반인 600㎜가 넘는 비가 퍼부었기 때문이다. 평안남도 북창에는 672㎜가 내렸고 강원도 평강에는 662㎜, 평양에도 460㎜의 비가 쏟아졌다.

이처럼 북한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원인은 8월 들어 남한 지역에 지루하게 비가 내린 이유와 같다. 한반도가 장마 이후 크게 확장하지 못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든 때문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공기 덩어리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만나 뒤섞이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게릴라성 폭우', 즉 국지성 호우가 발생한 것이다. 서해에서 지속적으로 수증기가 공급된 것도 많은 비가 내린 원인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 포천에서도 1~10일 651㎜의 비가 내렸다.

북한 지역의 이번 폭우 상황은 남한 쪽에서도 예측됐다. 남한 기상청은 8일 오전 5시 "8~9일 북한 지역에는 200~300㎜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한 바 있다. 기상청 김태수 통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서해에서 발달한 기압골이 북한 쪽으로 지나갔고 이로 인해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되는 바람에 폭우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남한에서는 지난해 7월 태풍 에위니아.빌리스.개미가 몰고 온 비구름이 장마전선에 보태지면서 장마 기간에 평균 785㎜의 비가 쏟아져 63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9340명이 발생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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