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이후 범여권 후보 구도는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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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05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나면 범여권은 어떻게 될까. 19일 경선이 치러지고 나면 그간 관심 밖이었던 범여권 후보들에게도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중 승자의 본선 상대가 누가 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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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결과에 따른 범여권 후보들의 이해득실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분석이 엇갈린다. 우선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면 이해찬 전 총리처럼 선명성을 내세운 친노 후보가 이익을 볼 것이란 견해가 있다. 반대로 박근혜 후보가 이기면 중도 성향의 이 후보 지지층 일부를 흡수할 수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박 후보가 되면 민주-반민주 구도를 만들기 쉬워져 이 전 총리 등 친노 후보가 강하게 부상할 것이란 예측이다. 반면 이 후보가 이기면 치열한 중도세력 쟁탈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손 전 지사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같은 비노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속단은 이르다는 얘기가 된다.

한나라당 경선 결과가 나오는 20일 대통합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과 합당한다. 민주신당은 다음달 3∼5일 대선 후보 예비경선(컷 오프)을 치를 계획이다. 손학규·정동영·이해찬·한명숙·유시민·천정배·신기남·김두관·추미애 등 9명 안팎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회는 예비경선을 통해 후보를 6∼7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민주신당은 예비경선 순위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각 후보 진영은 전례에 비춰볼 때 어떤 식으로든 알려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쯤이면 한나라당 경선 결과에 따른 수혜자가 누군지도 드러나게 된다. 최종 승자는 10월 14일 정해진다.

한나라당 경선을 계기로 범여권의 내부 전선도 급속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대통합 문제를 놓고 친노-비노로 갈려 싸워왔지만 후보 경선 국면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각개약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비노 진영의 대표주자는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 두 사람이다. 손 전 지사는 여론조사 1위라는 점이, 정 전 의장은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친노 3강’인 이해찬·한명숙·유시민 세 사람도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한명숙 전 총리가 다른 두 사람에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각자의 이해가 엇갈려 예비경선 전에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시민 의원은 18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남북 정상회담 연기(10월 2∼4일)라는 돌발변수도 범여권 경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선이 한창 진행되는 시점에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민주신당 국민경선위 이목희 집행위원장은 “그때쯤이면 경선이 드라마틱하게 진행될 텐데 (정상회담에 묻혀) 국민·언론의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정상회담이 잘되는 것이 (범여권에) 나쁠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주요 후보 진영은 저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평화 이슈’ 선점 작업에 들어갔다.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나올 경우 이 문제가 경선 과정의 다른 이슈를 모두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의 최대 고민은 그러나 뜨지 않는 후보들의 지지율이다. 10%를 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공은 넘어왔는데 그걸 몰고 나갈 스트라이커가 없는 셈이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고 민주신당 경선이 주목을 받게 되면 상황이 바뀔 것이란 게 범여권의 기대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여기서도 엇갈린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국민·언론의 관심이 이동하고, 한나라당 경선 패자의 지지층이 상당히 이탈할 것이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율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누가 이기든 범여권과의 격차는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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