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대 입학한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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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명의 신도 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 사찰인 능인선원(서울 강남구 포이동) 원장 지광(智光.57.사진) 스님이 17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허위 학력'을 털어놓았다. 서울대 공대를 중퇴한 해직 언론인 출신으로 알려진 그는 "나는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이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가짜 학력'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가운데 '불교계 스타'로 꼽히던 지광 스님마저 학력 위조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광 스님은 "수년 전부터 이 문제로 능원선원 안팎에서 협박까지 받았다"며 "더 일찍 용기 있게 나서서 밝히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참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자주 눈시울을 붉혔고, 손수건으로 안경 너머 눈물을 닦기도 했다.

-서울대를 나왔나.

"나는 서울대 출신이 아니다. 서울대는 입학도 하지 않았다."

-'서울대 출신 스님, 해직 언론인 스님'으로 유명했는데….

"서울고 3학년 때 신장병 때문에 건강이 악화됐다. 결국 대학 진학을 못했다. 이후 10년간 미아리의 집과 명동 성모병원을 오가며 투병생활을 했다. 그러다 26세 되던 1976년 한국일보 기자 시험을 봤다. 당시 한국일보는 학력 제한이 없었다. 그런데 덜커덕 합격했다. 10명쯤 뽑았는데 나만 빼고 모두 대졸자였다. 입사 후에 이력서를 낼 때 서울고 선배인 기자가 사정을 알고 '서울대 중퇴라도 집어넣어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썼다. 그게 지금껏 발목을 잡았다. 모두 내 불찰이다."

-왜 고백하기로 결심했나.

"3~4년 전부터 이 문제로 가끔 협박을 받았다. 최근 책 '정진'을 출판한 뒤에 이런 협박이 더 심해졌다. '언론에 알리지 않을 테니 돈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혼자서 가슴앓이도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 '허위 학력'이 이슈가 되더라. 차제에 밝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세월을 더 보내면 더 짐이 될 게 뻔했다."

-신도들도 몰랐나.

"1000여 명의 간부는 대부분 알고 있었다. 3~4년 전부터 내가 다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별 문제를 삼지 않았다. 다만 일반 신도들은 모르는 사람도 꽤 있었을 것이다. 이 일로 한 사람이라도 가슴 아파하는 분이 있다면 정말 사죄를 드린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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