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올라도 너무 올랐다”/중간상 농간… 푸성귀 너덧단에 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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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파·양파·깐마늘등 주로 저장품목/창고에 쌓아놓고 값올라야 내놔
『푸성귀 너덧단만 주워넣어도 간단히 1만원이 깨져요.』
16일 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양모씨(37)의 생일 저녁에 모인 주변의 친지들은 화제가 온통 물가 이야기였다.
여자들은 입을 모아 『월급은 제자리이고 뛰어오르는 것은 주가와 물가』라고 했고 처음에 의례적인 「봉급투정」으로만 흘려듣던 남자들도 자리가 끝날 즈음에는 자신의 무능을 탓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17일 오후 재래시장인 서울 관악구 봉천동 중앙시장.
파 1㎏ 1단이 3천원이고 마늘 1㎏은 4천5백50원….
양파의 소매가격은 3.75㎏당 5천7백원,요즘 「금치」로 불리는 시금치는 3백75g짜리 한단에 1천5백원을 웃돌았다.
다락같이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는 지갑을 쪼개보려는 주부들의 인내를 넘어서고 있었다.
『정부 통계는 믿을 수가 없어요. 채소 한단 두단 사는 서민들이야 정부의 소매가격 발표보다 최소한 곱절은 더 주어야 살수 있습니다.』 주부 이모씨(43·서울 목동)의 하소연이다.
생산과잉으로 채소와 야채를 밭에서 갈아엎었던 지난해 2월과 비교해보면 양파는 5배,마늘은 2배,파는 무려 7배가 올랐다.
정부와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측은 『지난해 가격폭락의 반작용으로 올해 채소류의 절대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설날 연휴 폭설의 영향이 남아있어 산지 출하량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산품에 비해 ▲생산에 일정기간이 필요하고 ▲수입대체도 쉽지 않고 ▲가격에 비해 부피가 커 수송비와 저장비가 많이 먹히며 ▲유통과정이 복잡하다는 농산물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모두 지나친 이상폭등이라는 반응들이다.
중앙시장 야채상 윤모씨 등 소매상인들은 이상폭등의 원인으로 매점매석을 지적하고 있다.
『신선 야채류는 별로 오르지 않았어요. 가장 많이 오르는게 파·양파·깐마늘 등 상당기간의 저장을 필요로하는 품목들입니다. 저장시설을 갖춘 중간도매상의 매점매석에 따른 현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산지출하량이 줄어든 것보다 수도권 주변의 저장창고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대기하고 있는 물량이 가격폭등을 더 부채질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청와대 경제비서실은 『과거정부 시절에는 물가라도…』라는 여론 향배를 주시하며 대책마련을 위해 농림수산부 국장들을 차례로 불러들이고 있다.
농림수산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유통구조를 개선,농협 등 생산자 조합과 소비자의 직거래를 늘려 장기적인 가격안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년 내놓는 똑같은 정부의 대책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
수입을 늘리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수입에 따른 피해가 재빨리 손을 터는 중간상인 대신 생산농민에게 떠넘겨지게 마련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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