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피겨스케이팅 정상확인한 그린코프.고르디바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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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겨울스포츠의 꽃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진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정적을 깨듯 톡톡튀는 깔끔한 푸트웍과 폭풍이 몰아치듯 강렬한 트위스트 리프트,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선율을 따라 펼쳐지는 데스스파이럴등.
16일 새벽(한국시간)하마르 올림픽 암피시어터를 빼곡히 채운6천여 관중은 세르게이 그린코프-예카테리나 고르디바조(러시아)가 악성 베토벤의『월광소나타』에 맞춰 은반 위에 수놓은 황홀한연기에 그만 넋을 뺏기고 말았다.
기술적 가치에선 9명의 심판중 6명으로부터 5.9점을,예술적인상에선 6.0 만점 하나를 포함해 8명으로부터 5.9점을 받는동안 자리에서 일어선 관중들은 한밤 은반에 펼쳐진 진한 감동에 끝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88년 캘거리올림픽 우승팀인 그린코프-고르디바조는 4년간의 외도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우아하고 품격있는 연기로 당당히 정상에 등극,프로전향후 아마무대인 올림픽에 복귀해 금메달을 챙긴첫 피겨스타의 영예를 안았다.
프로전향전인 90년초까지 이들은 88년 세계선수권에서 단한차례 우승을 놓쳤을뿐(2위)85년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을 시작으로 89, 90년 세계선수권 2연패등 주요대회 우승을 독식해왔다. 올림픽 복귀를 선언하고 첫 참가한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92알베르빌올림픽 우승조인 동료 아르투르 드미트리예프-나탈랴 미시쿠테노크조를 제치고 우승,이미 이번 올림픽 제패가 예견됐었다.
놀랍게도 이들 부부조는 지난해 9월 첫딸 다샤를 얻고 10월부터 맹훈을 전개,불과 4개월의 본격적인 호흡맞추기로 금메달을낚는 기염을 토했다.
다샤를 미국 뉴저지주에서 얻었지만 이들은 곧바로 훈련캠프를 자신들의 성장지인 모스크바 군부대내 체스카스포츠클럽에 차리고 왕년의 블라디미르 자하로프.타티아나 타라소바등 2명의 코치,안무가 마리나 주예바와 재결합해 올림픽 성공작을 이 끌어낸 것이다. 특히 1m56㎝의 고르디바는 점프를 위해 체중을 41㎏으로 유지하는 혹독한 몸매 관리 외에 임신 5개월째까지 빙판에 나서는 집념을 보였다.
미국 피겨스케이팅팀의 존 닉스코치가「페어의 교과서」라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이들은 고르디바의 나이가 이제 22세에 불과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상 등극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낳았다. [릴레함메르=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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