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선왕조실록 완역 끝낸 민족문화추진회 박소동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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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리조실록』『팔만대장경해제』등 북한이 간행한 출판물의 영인본 또는 原典의 국내 도입이 진행되면서 출판사간 저작권시비가 법정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 본문전권(4백13책)의 번역을 지난해말 끝내는데 큰 몫을 한 민족문화추진회의 朴小東편찬실장(46)은 북한원전에 대한 관심이 자칫 우리측의 번역성과물에 대한 외면이나 폄하로 이어질까봐 걱정이다.
민족문화추진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주도한 조선왕조실록 번역사업은 지난 68년 시작돼 무려 26년만인 지난해말 본문번역이 마무리됐다.현재는 내년도 완성을 목표로 색인(총34책)발간작업이 진행중.
『오는 3월25일엔 실록완간을 기념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립니다.26년간 연인원 2천5백명 이상이 참여한번역사업의 회고.전망은 물론 북한의 「리조실록」과 우리측「조선왕조실록」의 두 번역본을 학술적으로 비교하는 자 리가 될 예정이지요.』 朴실장은 북한판 『리조실록』 번역본에 대해 『인민대중을 위한다는 자기들 목표에 따라 순한글로 내놓았다는 특징이 있으나 그 방침 자체에 무리가 있고,조선 후기부분에 와서는 부실한 번역이 눈에 많이 띈다』고 평가했다.예를 들면 명종대 에활동한 「이 익」은 동명이인이 모두 다섯명이나 되는데 순한글로표기하는 바람에 혼동을 불러왔고 궁중용어등 각종 전문용어를 한글로 풀어 쓴 탓에 도리어 전문적인 연구작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후기부분의 부실한 번역에 대해 朴실장은 『번역초기에는 한문을 잘 아는 노인세대가 정확히 작업했지만 후기에 들어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한글세대가 번역을 담당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북한본 실록이 얼핏 보아 읽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것을 낮춰 생각하는 일부의 오해는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것이라면 상업성이 있다고 생각,판권시비를 무릅쓰고 도입하면서도 애써 완간한 조선왕조실록은 정작 외면하는 우리 출판계에 대해서도 그는 할말이 많다.본문 4백13책을 5백부씩만 발행하더라도 10억원이 소요되는데 선뜻 나서는 출판 사는 없고 그렇다고 쥐꼬리만한 정부의 예산지원에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하소연이다.
朴실장은 고향(전남구례)에서 어릴 때부터 한학을 공부하다 79년 국역연수원에 입교해 본격적으로 한학에 정진했고 10년전부터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실록.문집 등의 국역작업을 계속해왔다.
〈盧在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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