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악기공방 이청훈씨,전통악기 양산에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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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악동호인들의 모임인 민족음악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李청塤씨(37)가 지난달 28일 충북청주시내덕동에 30평짜리「조선악기공방」을 열고 대금.단소.가야금.거문고 등 전통악기 제작에 들어갔다. 조선악기공방은 주문생산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금까지전통악기제작이 한 개인의 수공에 의해 전적으로 이루어져 왔던데비해 분업을 통해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기는 전국에서 처음이다.승무의 1인자 李매방선생과 적벽가 인간문화재 韓승호선 생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열게 된 조선공방은 올해 법인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李씨가 문하생 7명과 함께 한달에 악기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은 대금과 단소를 합쳐 1만여개에 달하고 가야금과 거문고는 50여개 정도.물론 전문 연주가용은 일일이 손끝을 움직여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달에 몇개 못만들지만 특수제작 된 드릴을 사용하면 연습용 단소나 대금은 하루에도 1인당 수십개씩 제작이 가능하다.
조선악기공방은 청주말고도 경기도신갈에 또 있다.가야금 제작으로 유명한 崔태진씨의 가내공방을 인수,조선악기공방의 간판을 내걸고 본격 생산에 들어간 것.
청주공방이 주로 대금등 관악기에 치중한다면 신갈공방에서는 가야금과 거문고등 현악기를 맡아 제작한다.조선공방은 이밖에 경기도안산에 연내에 타악기공방도 설치키로 했다.
겨울에 캔 쌍골죽(속이 꽉찬 대나무로 돌연변이의 일종)밑둥으로 만드는 대금제작은 먼저 숫불로 진을 빼면서 휘어진 부분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된다.속을 뚫어 대롱으로 만들고 이어 치구(입대는 부분).指空.淸空을 뚫고 갈라지지 않도록 줄로 동여감음으로써 하나의 대금이 탄생된다.
거문고와 가야금은 양질의 오동나무를 택해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나무진을 빼는 등 3개월의 건조과정을 거친뒤 울림통을 만드는 과정이 작업의 핵심이다.청주공방은 신갈공방에서 만들어낸 울림통과 줄을 갖다 안족(雁足)을 끼워 음을 맞추어 판매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제작된 대금은 전문가용의 경우 50만원정도에 수요자에게 넘겨진다.가야금도 30만원에 공급되는데 이는 일반 시중가보다 20만~30만원이 싼 가격이다.
조선공방은 연습용 단소(2천~1만원)나 피리(2만5천원)도 국악기 보급차원에서 시중가의 60~70%선에 공급하고 있다.李씨는 전문가용 악기에는 자신의 호(素竹)를 새기고 고유번호도 부여,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李씨가 악기제조에 나선 것은 민족음악연구회를 조직,국악보급활동을 벌이다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염가의 악기공급이 필수적이라는판단에서다.
청주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李씨는 중학교 때 단오제에서 대금을연주하던 여대생의 우아한 멋에 이끌려 대금을 배우게 됐고 점점우리가락에 심취하면서 고교때 작고한 대금제작의 대가 李봉근선생문하에서 연주기법과 제작요령을 터득했다.
李씨는 李생강선생에게 대금을 사사하고 흥사단의 지원아래 민족음악연구회도 만들어 청주와 서울.수원등지를 오가며 10여년째 대금연주를 지도하고 있다.
李씨의 꿈은 청주에「도립국악원」을 설립하는 일.그는 『이를 위해 발판이 될 악기공방을 더욱 키워나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淸州=安南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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